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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애 Mar 11. 2024

90대 할머니가 요양원 창문을 넘었다

'90대 할머니가 요양원 창문을 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4층에 있는 요양원의 창문을 넘어 3층 외벽에 있는 간판에 앉아 있다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무사히 구출되는 장면이 방송된다. 평소 치매증상과 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날은 가족이 면회를 왔다 간 날이란다. 모르긴 해도 창문을 넘으면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을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아린 일인가.


나도 96세인 엄마를 모시고 있다 보니 그 뉴스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 엄마도 몇 달 전 요로 감염으로 한 달 정도 입원하셨는데 그 후로 걷지 못하게 되어 요양 병원에 입원하셨다. 

면회 갔다 오는 날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간병인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면회 갔다 온 날 밤에는 간병인에게 엘리베이터 앞에 우리 애들이 왔으니 빨리 나가서 데려오라며 섬망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수면제를 처방해 먹이고 있다고 했다.

그 후 면회 가보면  항상 수면제에 취해 초점 없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셨다.

요양병원은 치료 개선이 목적이 아니고 치매 노인들에게 수면제나 먹여 재우는 곳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병원입장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한다. 간병인 한 명이 환자 네, 다섯 명을 24시간 돌보니 그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도 없다. 


생각 끝에 내가 좀 힘들더라도 엄마를 다시 집으로 모셔오기로 했다. 물론 엄마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실은 내 마음 편하기 위해서다. 엄마의 마지막을 수면제에 취해 돌아가시게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나에게 엄마를 모셔야 한다고 강요한 형제자매는 없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우리는 6남매이다. 형제자매 모두 엄마가 연세도 그만하니 요양병원에 계신 것을 당연시했다.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감정에 휘둘려 무모한 결정을 한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친지들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내 나이도 70이 넘었으니 요즘 흔히 말하는 노노케어가 된 것이다. 걷지 못하는 어른을 모신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기저귀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핏줄이 뭔지, 나의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고 한다. 엄마하고의 마지막 소중한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이제 우리 집에 오신 지 두 달째다. 감사하게도 기대이상으로 좋아지셨다. 누워만 계셨던 분이 앉기도 하고 며칠 전부터는 휠체어도 스스로 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좋아지기까지 수고해 주신 분들이 있다. 주간보호센터의 원장님을 비롯한 요양보호사님들 도움이 크다. 걷지도 못하던 분을 받아주셔서 관리해 주고 운동시켜 주신 덕분이다. 정말 기대 이상이다. 우리 집으로 모셔올 때만 하더라도 주간보호센터에 다시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실 날만 기다렸던 분이 다시 기운을 차리신 것이다. 이제 엄마는 수면제도 끊고 섬망증세도 없어졌다. 평상시 트로트를 좋아하셨기에 '효도 라디오(트로트곡이 천 여곡 저장되어 있는 라디오)'를 계속 틀어드렸더니 새로운 노래도 드문 드문 따라 부르신다. 노래 부르는 엄마를 힘껏 안아드린다. 엄마도 오랜만에 활짝 웃으신다. 

이대로 천수를 누리시길 기원한다. 


다시 한번 주간보호센터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명감과 사랑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직업이 요양보호사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진정으로 존경을 표한다.

이 번 기회에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주간보호센터 돌봄 서비스 비용을 비롯해 환자용 침대, 휠체어 등 기타 환자용품도 등급에 따라 아주 저렴하게 구입 또는 대여할 수 있다. 


  

주간보호센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운동치료 받고 있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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