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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애 Jun 20. 2024

더욱 아름다운 사회로 성장하길

지난 토요일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다. 지하철에서 서 있었기 때문인지 다리가 피로해 버스 기다리는 동안이라도 정류장 벤치에 앉고 싶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한 분이 긴 의자를 혼자 차지하고 누워 있었다.

'아무리 연세가 있으셔도 이건 아닌데'하고 할아버지에게 한 마디 하려고 가까이 가보니 얼굴이 핼쑥하고 많이 불편해 보였다. 

'할아버지, 어디 아프세요?' 내가 물어보니 그때까지 무심히 버스를 기다리고 서있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할아버지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도 못하고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하신다. 치매어른인 것 같았다. 이런 때는 112에 전화해야 하나 119에 연락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빙둘러서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112에 하라는 사람도 있고 119에 해야 되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다.

먼저 112에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나 보고 자기들 출동할 때까지 할아버지 곁에 있으란다. 경찰이 올 때까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혼란스러워하는 그분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잠시 후 경찰차를 타고 경찰 두 분이 왔다.  

경찰이 노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집에 연락을 취했다. 통화를 한 경찰이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며 나에게 말한다. 할머니가 전화를 받는데 별일 아니라며 남편이 자주 길을 잃는데 몇 시간 헤매다 보면 집을 찾아오니 경찰이 데려다줄 필요까지 없다며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말하더란다. 그 할머니의 무심한 대답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 할머니도 치매환자가 아닌지 생각했다. 남편이 위험한 상황인데 별일 아니라는 듯 전화를 받다니)


한평생을 함께한 부부가 이런 모습이라니. 평생을 사랑하고 지지해야 할 사람에게 무심하게 대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 아팠다. 치매라는 병이 주위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그로 인해 생긴 가족간의 갈등과 피로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있지만, 부부 사이의 사랑과 책임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복잡하다. 내가 그 할머니 입장이라면 내 마음은 어떨까? 


머리를 흔들어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우리나라의 사회 안전망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정말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선진국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우리나라가 이런 체계적인 안전망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정말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자랑스러운 나라,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고 아름다운 사회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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