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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세 개의 행복

by 민정애 Feb 27. 2025

매일 아침, 나는 냉장고에서 달걀  세 개를 꺼낸다. 우리 식구는 셋, 친정 엄마, 남편, 나이다. 아침식사 준비로 달걀 세 개는 꼭 곁들인다. 달걀을 꺼내는 순간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감사의 기도와 함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6남매 중 셋째이다. 아버지는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한국 전쟁 후 초등학교 선생님의 월급으로 6남매를 양육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언제나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려 애쓰셨다. 학교에 갔다 오면 가마솥에 강낭콩 소를 넣은 찐빵을 만들어 놓으시는가 하면 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가루나 우유가루(탈지분유)로도 간식을 만들어 주셨다. 시골의 소박한 집에서 자란 우리에게 도시락은 하루의 작은 기쁨이었다. 그 기쁨의 정점은 무엇보다 ‘달걀 프라이’였다.


그 당시 도시락에 주로 싸주셨던 반찬은 짠지무침, 콩자반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어쩌다 한번 계란 프라이가 바로 밥 위에 올려져 있는 날이면 학교 갈 때부터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위풍도 당당한 달걀프라이가  밥 위에 턱 올려져 있으면, 달걀노른자가 태양이나 되는 듯 세상이 온통 밝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당시에는 도시락을 못 싸 오는 친구들이 있었고,  도시락 반찬으로 소금을 싸 오는 친구도 있던 시절, 달걀 프라이 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했는지, 나는 지금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 당시 나는 엄마가 달걀 드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자식들 입이 먼저였을 테니. 그때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부모님 덕분에 배고픔을 모르고 산 것은 물론 가끔은 달걀프라이도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매일 아침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는 순간, 그때의 어머니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그때 그렇게 귀한 달걀을 마음 놓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많은 자식들 먹이느라 달걀 하나 마음 놓고 못 드신 엄마에게 매일 달걀을 드릴 수 있는 이 작은 일에 큰 기쁨을 느낀다. 달걀 세 개는 내게 단순한 아침 식사를 넘어, 매일의 삶에 감사함을 일깨워주는 상징이 되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지만,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것은 아마도 힘든 시절을 지나온 나이 때문일 것이다.


젊은 시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은 이론으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은 일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낀다. 나라에, 부모님께, 형제자매에, 스승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지금 이 순간도, 계란 세 개를 꺼내며, 나는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 달걀 하나가 그렇게 소중했듯, 오늘도 내가 내 몸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이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는 안다. 그리고 그 감사함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 작은 일상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Thanks for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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