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言不聽 非道不去(비언불청 비도불거)

어느 일진 나빴던? 날

by 민정애

어느 일진 나빴던? 날


얼마 전 마음 맞는 지인들과 만나 점심 먹기로 했다.

낮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 동네는 아파트 단지에서 조금만 차

를 타고 나가면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음식점들이 많다.

그중 가족들과 몇 번 가본 음식점으로 가자고 내가 제안했다.

음식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아름다워 지인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곳이다.

그곳에 갈 때마다 음식점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위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곳에 가면 변화하는 계절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역시 곱게 물든 단풍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 산새들의 지저귐이 먼저 우리를 반겼다.

맛있는 음식을 아름다운 풍경 감상과 버무려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난다.

음식점에서 나와 바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 가면 꼭 들러보는 곳이다. 조금 걸으면 저수지(낚시터)를 품은 야산이 있다.

우리는 오늘의 행선지 선택에 만족하며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우리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는 거친 말이 들린다. 놀라서 소리치는 쪽을 바라보니 주인이

나와 코로나 시기에 왜 사유지에 들어왔냐며 당장 나가라고 윽박지른다. 우리는 사유지인 줄

몰랐다며 미안해하며 그 자리를 뜨려 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모르고 들어 왔는데 뭐

그렇게까지 큰소리를 치느냐’ 한마디 했다. 그다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사람이 우리 일행에게 이 지면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하며 달려든다.

나는 사태를 파악하고 그냥 가자고 제안했다.

그런 사람은 상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욕을 들은 친구는

왜 욕을 하나며 또 한마디 했는데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기분 좋게 밥 먹고 산책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질 뻔한 싸움을 간신히 뜯어말렸다.

그날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가 사유지에 들어간 것은 잘 못이다. 그러나 울타리도 없었고 사유지인 줄 몰랐고

그전에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 일이 없었다.

설령 사유지라 하더라도 좋게 말하면 이해 못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말이 처음부터 너무 거칠었다. 그리고 그렇게 거친 말이 내 귀에 닿아도

‘아, 저런 사람은 상대 안 하는 게 좋아’ 하면서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인데 그 친구가

대꾸를 하다 보니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비언불청 비도불거(非言不聽 非道不去. 말이 아니면 듣지를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그 사람이 한 말은 말이 아니었는데 그 친구는 들었다.

들었어도 바로 버리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살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런 날는 ‘그날 일진이 나쁜 날이었나 보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일진이 나빴던 것이 아니고 본인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 일어났을 뿐이다.

친구에게 바라본다. 만약 그런 일을 또 당하게 된다면

‘아이고 불쌍한 사람, 자기 성질 못났다고 자랑하네.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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