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힘

by 민정애

단풍잎이 고운 계절이다. 예술의 전당에 들어서며 느끼는 가을은 훨씬 아름답고 고즈넉하다. 지난봄 학기부터 문화센터에서 성악 공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음악시간을 좋아했고 성악 실기 시험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았던 기억이 50이 넘은 나이의 나를 다시 성악교실로 이끌었다. 첫 시간에 발성 연습을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배로 소리를 내는 방법 가슴으로 내는 방법 코 뒷부분으로 내는 방법 항문을 조이며 척추를 타고 올라오며 높은음을 내는 방법 등을 배웠는데 잘 되지 않고 목이 아프고 마른기침도 나왔다. 신이 인간에게 목소리를 주실 때는 참 말만 하며 살라고 주셨을 텐데 바르지 못한 말도 많이 하고 살지 않았나 반성해 보았다. 발성 연습을 마치고 이수인 선생님의 ‘내 맘의 강물’ 이란 제목의 가곡을 배웠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때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 파란 하는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가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욱 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때 지금은 없어도

내 맘에 강물 끝없이 흐르네.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온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갑자기 가슴이 뿌듯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그동안 예술을 접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온 일상이 안타까웠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 가곡을 배우며 아름다운 노랫말을 통해 사랑의 깊이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이태리 가곡을 배우며 사랑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 보기도 했다. 성악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가끔은 음악회에 참석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오늘은 같이 공부하는 선배가 예술의 전당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그분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공부하여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도 하고 있고 여러 차례 연주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분이 회갑기념으로 독창회를 마련한 것인데 한곡 한곡 노래를 듣는 동안 그동안의 그분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인생의 깊이가 느껴졌다. 회갑이지만 빨간 드레스를 입고 노래 부르는 모습에 아직 소녀 적 수줍음이 남아 있었다.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오페라 단장과 같이 부른 ‘축배의 노래’는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문화의 허기를 채우고 나오며 보이는 예술의 전당 앞마당의 저녁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가을 찬바람에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 푸르렀던 잎들을 미련 없이 떨어내며 겨울을 기다란 나무들에게서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저 나무들처럼 마음속에 욕심을 모두 버려야 하는데 아직도 다 버리지 못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으니 자연의 묵묵함을 언제나 따를 수 있을까.

다음 주에는 같이 공부하는 단원들이 연주회를 연다. 직장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고 실력도 모자라 다음번에 하기로 했다. 며칠 전 사석에서 만났던 단원들의 말이 생각났다. 계절 탓인지 나이 탓인지 남편이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모두 외롭다고 말했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는다 했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나도 요즈음 수시로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심한 남편이 야속해서 외롭고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섭섭해서 가끔은 눈물을 찍어낸다. 문득 남편이나 아이들도 나름대로 외로움을 느끼리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가깝기에 무관심했던 그들에게 내가 먼저 외롭지 않으냐고 물어봐야겠다. 나 때문에 외로웠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다.

연주회를 준비하며 아름다운 드레스를 고르는 단원들을 보며 화려한 드레스 속에 감추어진 외로움에 깊이를 알기에 그들에게 연민과 찬미를 함께 보내고 싶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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