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꺼내기
우리 회사에는 산타가 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사무실에 장난감 택배들이 쌓여간다. 저절로 부모님의 자식 사랑을 느끼는 중이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겠지. 어렸을 적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가장 기억 남는 것이 있다. 바로 책 '뚱딴지 만화 명심보감'이다. 부모님은 딸내미가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셨나 보다. 원래 갖고 싶었던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분명 책은 아니었다. 괜스레 서러워서 울고, 창문에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밉다고 편지를 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이 없었다.
이맘때쯤이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흥겹다. 어릴 때처럼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만, 연말이라는 핑계로 갖가지 약속이 생긴다. 올해는 다른 때보다 그 기분이 덜하다. 가족끼리 모이지 못하면서 약간의 우울함이 더해진다. 아쉬움에 지난 3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돌아봤다.
#2017년
암울했다. 그 해 내내 아빠는 자주 응급실을 찾았다. 원인모를 복통이 계속되면서 우연찮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정밀 검진을 예약하고 기다리던 어느 날, 아침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아빠와 SRT를 타고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에 쓸개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빠는 건강한 삶을 선물 받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교회에 가서 열심히 기도했다.
#2018년
우연한 기회에 2016년 여름부터 핸드벨 연주를 시작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수록 연습량이 많아지고 공연 횟수도 잦아진다. 무대 울렁증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끝나면 녹초가 된다. 그래도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근심 걱정 없이 오로지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 2018년도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공연이 많아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또 지역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나름대로 큰 추억이 됐다.
#2019년
연말에 외가 친척모임이 성대하게 열렸다. 빨강, 초록색 계열의 드레스코드와 각자 선물을 준비했다.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물을 교환했는데, 막내 이모가 가져온 보드게임이 당첨됐다. 맛있는 고기와 석화를 먹고, 이모부가 꾸민 지하 노래방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때가 그립다! 내년에는 더욱 신나게 보내고 싶다.
#2020년 현재
조용하다 못해 삭막하다. 코로나가 무섭고 밉디밉다. 아직까지는 나와 주변 사람들이 건강해서 다행이다.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리 소중할 수가!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