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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Feb 19. 2021

주린이가 주린이에게

청출어람

요즘 저녁 식사 후에 (나/엄마/남동생)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아빠는 이 모습을 보고 훈수를 둔다. 가족 중에 남동생이 처음으로 미국 주식을 시작했다. 그다음은 나, 최근에는 여동생과 엄마도 주린이가 되었다.

이거 사야 돼! 오늘 파란불이야.

남동생의 한 마디에 막대기 모양 차트를 한번 눌러본다. 사실 봐도 그 그래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잘 모른다. 다만 한번 그렇게 눌러봐야 진정한 투자자라고 이상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그래프가 내 아침 기분을 좌우한다. 빨간불이 들어오면 괜히 신나고, 파란불이면 살짝 우울하다.


엄마는 휴대폰을 남동생에게 맡겼다. 그리고 신경을 껐다. 그렇다고 무관심은 아니다. 가끔씩 들어가서 한번 보고 팔아줘, 사줘를 하는데 그 타이밍이 정말 절묘하다. 우리 집에서 수익률이 제일 좋다. 부럽다.


이랬던 엄마가 오늘 드디어 주식을 사고파는 법을 배웠다. 선생님은 나다. 사고 싶은 수량과 가격을 입력하고 '매도'나 '매수'를 누르면 돼. 엄마는 이것저것 눌러보더니 재밌다며 신이 났다. 이 소소한 즐거움이 잔잔히 오래갔으면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배달 떡볶이 사 먹을 정도로 벌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오동통한 손


무의식적으로 이유 없이 주식어플을 누르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조금 무섭기도 하다. 시간을 정해놓고 들어가서 한 번씩만 보고 나와야겠다. 그래도 주식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운다.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구나를 느낀다. 뭔가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삶에서도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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