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술 없이도, 나로 살 수 있다
2021년 5월 5일.
지독하게 술을 좋아했던 나는 그날 이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신경정신과에서 약도 먹어보고,
알코올중독 치료하는 한의원에서 한약도 지어 먹어봤다.
하지만 그런 약들을 전부 이겨내고
끝끝내 술을 마셔오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술을 끊었다.
그리고 지금,
2025년 2월 기준으로
금주 1,369일째.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속으로 되뇌었다.
“남들은 즐겁게 술 마시고도 잘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괴로워야 해?”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남들 일할 때,
혼자 주야장천 술 마셨던 거 잊었어?”
젊은 날,
돈이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
세상 물정 모르고, 패기만 있던 시절.
술로 얻은 것들은 결국 술로 다 잃었다.
그 시절이 내겐 그런 시절이었다.
행복지수로 따지면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삶의 주도권은 이제 나에게 있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권유한다.
한 번, 술 없이 살아보라고.
텅 빈 구멍을 술로 채우는 일은
아무 의미 없다.
1369일 동안
나를 설득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조절해서 마시면 되잖아.”
“술도 안 하고 무슨 재미로 살아?”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려고 그래?”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어떤 날은 이렇게 말했다.
“네~ 저는 술 못 먹어요~ 님 많이 드시고 재미나게 노세요~”
그냥 안 마시는 게 아니라,
소주 4병씩 마시고 디저트로 맥주까지 마시던 내가
이젠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것.
이건 내 의지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무시하거나 꺾으려 드는 사람과는
더 이상 엮이지 않는다.
술을 끊고 나니
인간관계가 정리된다.
지출이 줄어든다.
숙취가 없다.
실수도 없다.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금주 2년 차쯤 되었을 때
담배도 끊었다.
그땐 오히려 주변에서 말렸다.
“그 스트레스 어떻게 감당하고 살래?”
“둘 다 끊으면 너무 팍팍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꿋꿋이 나를 지키기로 했다.
공황장애가 발병했지만,
차라리 정신과 약을 먹고 맨정신으로 사는 게 낫다.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나를 잃는 것.
나를 놓치면,
주변까지 무너진다.
나는 이미 한 번 그런 무너짐을 겪었다.
다신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술을 끊고 나니
하고 싶은 걸 더 할 수 있다.
등산이든, 달리기든,
혹은 글쓰기든.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나를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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