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른이 되기엔 너무 어렸던 날들

[런중일기]

by 달리는아이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우리 학교가 욕을 먹는 거야!”

교감 선생님의 호통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 옆에서,
67세의 할머니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을 반복하셨다.


담임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더 아팠다.


학교가 싫었다.
가난한 내가 다닐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아주 자주 들었다.
누군가가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도
나는 생계비를 벌고 있었다.
16살, 주유소 아르바이트.
그게 내 일과의 일부였다.


집에서는 늘 들었다.
“남동생 대학은 네가 보내야 해.”
나는 자식도, 손자도 아니고
그저 작은 집안의 가장이었다.


TV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가난도 팔아야 산다’는 마음으로
거절하지 않았다.
방송을 보고 친구들이 물었다.

“너 진짜 그렇게 살아?”


나는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 엄마가 용돈을 줄 때,
깨달았다.
아, 나는 불쌍한 애구나.


그게 싫었다.
너무도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그래서
16살이 지나 17살이 되었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돈을 벌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말리지 않으셨다.
아니, 어쩌면 혼났는데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아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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