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고장난 자전거가 부서진 날

[런중일기]

by 달리는아이

초등학교 6학년.
큰엄마네 집에서 지내던 시절.
여기서나 거기서나
찢어지게 가난했고,
학대도 익숙했다.


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를 주워
틈만 나면 타고 다녔다.
그날도 새벽 예배를 가기 위해
파란 새벽길을 쌩쌩 달렸다.


여름이라 새벽도 한낮처럼 밝았고,
브레이크가 없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속이 뻥 뚫리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그 순간.
끼이이익— 쾅!
사거리 골목.
봉고차와 나.
누가 튀어나온 건지 모를 충돌.


나는 하늘을 날았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오른쪽 정강이가 부러졌다.
내가 아끼던 자전거는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가 병원으로 오셨다.


뼈가 잘 붙는다는 홍화씨 가루를 달여 오시고,
TV 마음껏 보라며
100원짜리 동전도 잔뜩 챙겨주셨다.


할머니는 그 후로도
곰국을 끓여 오시고
우유도 사오셨다.
당신도 사는 게 빠듯하셨을 텐데.


순대국밥 장사를 하시며
묵묵히 먼 걸음을 왕래하셨다.
걸음마다
사랑이 묻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할머니는
나를 미워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내 그러지 않으셨다.


어쩌면
그날 부서진 건
자전거가 아니라
내 안에 있던 오해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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