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놈의 인정욕구

[런중일기]

by 달리는아이

어제 하루, 월차를 쓰고 화요일 출근.
날이 갈수록 회사는 왜 이렇게 가기 싫은 걸까.
진짜 미스터리다.


아침, 밀린 결재를 받으러 이사장실에 들어갔다.
그가 말했다.
“000씨 어제부로 퇴사처리 했는데 내용 알고 있나?”
“아뇨, 아직 아무것도 들은 내용은 없습니다.”
“그래. 모를 것 같아서 내가 전달해주는 거야.”


별일 아닌 듯,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사무실로 향했다.
묘하게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런데, 실세이자 회계를 맡고 있는 김차장에게 내가 물었다.
“이사장님께서 000씨 퇴사 처리했다고 하시던데, 알고 계셨어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퇴사 처리 내가 했는데 아직도 몰랐어요? ㅋ 뭐야, 다 알고 있는데 ㅋ”


순간 뭔가 이상했다.
기분이 나빠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


왜 저렇게밖에 말 못하지?

비아냥거리는 말투, 멸시하는 눈빛,
그녀의 태도는 나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건드렸다.
모든 것이 다 거슬렸다.


유팀장님에게 넋두리처럼 말하자,
“걔 말은 그냥 무시해. 그래야 살아.”
“아는데... 잘 안돼요.”


그 후로도 나는 계속 화가 났다.
사람들 얼굴을 보기 싫었고, 입에서는 욕이 삐져나왔다.
야근을 하려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퇴근하지 않자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왔다.


[지금 이 감정이 터질 것 같으니, 일단 나가자.]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분노조절의 어려움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알랑거리는 오토바이를 확 쳐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겨우겨우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운전했고,
무사히 주차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남자친구와 함께 트랙을 뛰었다.
심박수가 오를수록, 내 안의 검은 감정이
입과 코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40분간의 분노의 러닝.
러닝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김차장은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회사에서는 실세로 불리고, 오래 근무했고, 권력이 있다.
나는 그런 그녀 앞에서 괜히 기죽지 않으려
평소에 잘 지내보려고 애썼다.
항상 존중을 표시했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단 하나,
‘합당한 대우’, ‘인정받는 관계’였다.


그게 착각이었다.

상대에게 뭔가를 바라고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그런 나약한 방식으로 그녀를 대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나 혼자 잘해주고, 나 혼자 상처받고 있었던 거다.


존중받고 싶었던 나의 욕구,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 중 **‘존중의 욕구’**는
오늘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그건,
회사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다.


저녁 식사 중, 남자친구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지난 주말 고등학교 친구 결혼식 간다고 했을 때,
난 당연히 네가 나한테 먼저 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어.
근데... 난 네 친구들 한 번도 본 적 없고,
소개받은 적도 없어.
그래서 항상 집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야.”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나 진짜... 서러웠나 봐. 자꾸 눈물 나…”

그는 차분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미안해”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그놈의 인정 욕구.
오늘 하루, 그 하나 때문에
나는 감정의 지옥을 겪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자.’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왜 이 마음은 이렇게 흔들릴까.


그래도,
트랙을 달리며 분노를 털어냈고
서투르지만 진심을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조금씩, 인생을 배워간다.

다 그런 거겠지.
사는 게… 다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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