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빚이라는 오르막길

[런중일기]

by 달리는아이
[느리게달리기]


오늘도 달린다.
처음엔 다리가 무겁다. 숨이 턱 막힌다.
주머니 속엔 월급이라는 물병이 하나 있지만, 출발하자마자 빚이라는 언덕이 나타나 나를 기다린다.

앞에서 달리는 사람들은 가볍게 뛰어간다.
그들은 물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웃는다.
나는 물을 아껴야 하고, 심장은 점점 빠르게 뛴다.
“왜 나는 늘 쪼들릴까?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여유로워 보일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무겁게 울린다.

하지만 안다.
저들은 평지에서만 달리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언젠가 자기들 앞에도 언덕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오르막길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더 쉽게 무너질 것이다.

나는 지금 매달 오르막을 오른다.
대출, 카드, 할부, 생활비… 이 언덕은 끝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한 발을 내딛는다.
오르막은 숨을 가쁘게 하지만, 동시에 내 폐활량을 키워준다.
다리에 힘을 붙여준다.

결국 이 언덕을 다 오른 날, 나는 평지에서 누구보다 가볍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버티는 이 순간이, 결국 나를 더 멀리 데려다줄 체력이 될 거다.

오늘의 일기 끝.
나는 아직도 숨이 가쁘지만, 그래도 내 발은 앞으로 나아간다.
빚이라는 오르막길을 넘고 나면, 진짜 나만의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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