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렸다.

[런중일기]

by 달리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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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는 무기력에 잠식된다.
눈을 떠도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것 같고, 무엇을 해도 허무와 피로가 밀려온다.
해야 할 일들은 쌓여 가는데, 몸과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힘이 없는 걸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에도 나는 러닝화를 신는다.
억지로라도 발걸음을 내딛는다.
처음에는 단지 버티기 위해서였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기록을 세우기 위함도 아니었다.
단지 무너져 가는 나를 붙잡아 주는 끈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렸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지고, 땀이 흘러내릴수록
내 안의 무기력은 조금씩 흩어졌다.
멈춰 있던 마음이 서서히 움직이고,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확신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러닝은 내게 회복의 언어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서울100K를 준비하고 있다.
50km라는 거리 앞에서 여전히 두렵고, 때로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지금의 나로 완주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매번 훈련을 마칠 때마다,
나는 무기력을 뚫고 일어섰던 그 순간들을 떠올린다.

결국 성장이라는 건 특별한 순간에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선택들의 연속—
오늘도 달릴 것인가, 멈출 것인가.
그 단순한 선택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꿔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무기력 속에서도, 회복을 지나,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서울100K의 결승선을 향해서가 아니라,
매일 나 자신을 향한 달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순간,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9월 20일,

나는 출발선에 설 것이다.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무기력을 이겨내고, 회복을 지나, 성장해온 나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넘어지고, 지치고, 흔들릴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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