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어렸을 때 내 꿈은 선생님이었다.
칠판 앞에 서서 분필을 잡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늘 다른 길로 흘렀고, 선생님이라는 꿈은 마음속 어딘가에 묻힌 채 잊혀졌다.
그런데 지금 나는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혹시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까, 제대로 도와줄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돕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내가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걸.
작업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은 늘 진지하다.
작은 부품 하나를 다루는 손끝에도 집중이 담겨 있고, 서툴러도 끝까지 해내려는 끈기가 있다.
실수를 하고 나서도 다시 도전하는 그 눈빛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저렇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달리기를 할 때도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빠져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버티면, 몸이 다시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달리기에서 삶을 배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끝까지 가보려는 의지.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에서 느낀 것과 달리기에서 배우는 것이 결국 같은 언어로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쉽지 않은 순간도 있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때, 반복되는 지도가 지칠 때,
속으로 한숨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날이면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단순히 웃으며 다가와 “선생님” 하고 불러주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풀린다.
마치 달리기 끝에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처럼.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함께 하루를 버티다 보면 어느새 다시 힘이 차오른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비록 칠판 앞에 서 있지는 않지만, 지금 매일 누군가의 배움 곁에 서 있다는 것을.
어렸을 적 꿈꾸던 선생님의 모습이 다른 방식으로 내 삶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장애인과 함께 일한다는 건 힘들지 않아?”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힘들 때도 있지. 그런데 그 힘듦보다 더 큰 걸 배우게 돼. 진심, 성실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말이야.”
나는 지금 직업훈련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단순히 직업 기술을 알려주는 교사가 아니라, 그들이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장애인과 함께 일한다는 건, ‘장애인’을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 길 위에서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말 해보고 싶은 직업이 생겼다는 것을.
마치 달리기를 통해 내 한계를 넘어섰을 때처럼, 이 길 끝에서도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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