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파워 아버지

1947년생 극우 아버지와 살아가기_사랑하는 아버지의 좌충우돌 극우 일상

by 막걸리와모둠전

가족들이 낮동안 각자 위치에서 활동을 하는 동안 아버지도

개인적인 일들을 즐기시면서 시간을 보내신다.

그 개인적인 일들 중 새롭게 나타난 일이

스마트폰 배우는 일인데 딸아이에게 계속배우시기도 하고

당신 혼자서 스마트폰을 긴 시간 들여다보시는 것 같았다.


요즘은 꽤나 많은 곳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기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음식점에서 가끔, 키오스크 기계를 통하여

주문을 해야 하는 일에 척척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신경이 쓰여서

키오스크를 못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음식점 직원들에게 부탁하고 말하면 다 잘 들어주니

정 어려울 때는 부탁을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몇 번 그렇게 시도도 해보신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떻게 매번 부탁을 하느냐며 툴툴거리셨다.


생각해 보니 나도 부탁하는 것만 생각했지

매번 부탁하라고 할 수도 없고,

매번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싫으셨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배워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인데

배우는 길이 멀고 멀긴 하다.


이런저런 불편함에 대한 수고스러움을 느끼고는 계셨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연습하시던 아버지에게

하늘 무너지는 실수가 발생했다.


지인분께서 보내신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에게 반하는

AI제작 영상을 카톡으로 받으셨는데

영상이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조금은 잔인하고

수준이 낮게 느껴질 법한 콘텐츠였다.


그걸 보시고 손 끝으로 무엇이 어떻게 눌려졌는지

교회에서 위치도 있고

아버지께서 참으로 존경하는 권사님께 그 영상이 전달되었다.


영상이 전달된 사실 자체를 아버지는 전혀 모르시고 있었고

나의 딸이 할아버지께 스마트폰을 가르쳐 드리려고

살펴보는 도중에 딸이 발견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이런 영상을 왜 권사님께 보내셨어요?"

"뭐라고? 무슨 말이야?? 그런 거 한 적 없어!"

"아니 이 영상이 갔어요. 그리고 권사님이 보신 것 같아요."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그리고 보내진 영상이

어떤 영상인지 확인한 순간,

아버지는 정말 크게 놀라시며 충격 그 이상 쇼크를

받으신 것처럼,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몹시 당황하셨다.

AI 생성형 이미지

"이거 어떡하냐? 세상에 이걸 어떡하냐..? 나는 이런 거 보낼 줄도 모르는데 그 권사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어어???? 이거 이 XX가 왜 이런 걸 나한테 보내갖고

나를 실수를 하게 만드는 거야!!!! 정말 너무 억울하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깊은 한숨을 쉬시며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답답해하셨고

분풀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말 그대로 극대노하셨다.


몇 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계속 그 한숨 섞인 탄식을 하셨고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결국 아버지를 달래는 말씀을 전해드렸다.


"아버지, 아이고 그렇게 너무 심각하게 걱정하지 마셔.

내가 내일 교회에 가서 권사님께 잘 설명드릴게.

이야기 들으시면 권사님도 충분히 이해하실 거야.

정말 이제 그만 마음 내려놓으셔요~"


아버지를 계속 설득하며 달래 드렸고 몇 시간을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버지는

그냥 가벼운 실수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시고

어깨까지 축 처진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셨다.


다음 날 나는 교회에 가서 권사님을 만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발생한 사건의 자초지종을

권사님께 설명해 드렸다.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으신 권사님은 활짝 웃으시며

아무 일도 아니고, 정말 괜찮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카톡 사건을

마무리 지었고

"아버님께 정말 괜찮다고 해~ 이따가 내가 아버지 만나면,

잘 위로해 드릴게.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얼마나 속상해하셨데... "

웃으시면서 즐거운 해프닝으로 받아주신 권사님의

아버지 격려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었다.




"아버지!! 권사님이랑 이야기하셨어?? "

"어~~ 허허허허 허허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잘 넘어갔다."

상황이 마무리되니 울지 못해 안달이었던 어제의

그 아버지는 어디로 가시고

세상 너그럽고 인자한 80대 어르신의 모습으로 변신하셨다.


가끔 이렇게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나는 극소심 새가슴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은행업무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코로나 때문에 오지 않는 공항버스를 기다렸을 때도,

자동차보험 만기가 끝난 줄도 모르고 사고를 내셨을 때도,

부동산 계약서 내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계약서를 쓰지 못할 때도, 위층에서 층간소음이 들릴 때


"네가 와서 윗집에 뭐라고 말 좀 해!"라고 툴툴거리시는...


당신의 순간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일을 만날 때

아버지는 작고 소중한 사람이 되신다.

나에게 그토록 크고 장엄했던 나의 아버지는

이제 내가 나타나야 사건의 교통정리가 되게 되었다.


일이 해결된 이후는 대범하고 당차고 막힘이 없는

강한 극우 파워의 할아버지로 변신!

그리고 아버지 문제는 딸이 해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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