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졌어!!

1947년생 극우 아버지와 살아가기_사랑하는 아버지의 좌충우돌 극우일상

by 막걸리와모둠전

돈이 없어졌어!!

아버지는 당신이 소유하시는 것들에 대해서는 애착심이 강하시다.

작은 물건은 물론, 돈이나 신발, 옷, 시계등 좋아하시는 것도 많고 80이 가까워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어린아이들 못지않게 많으시다.


아버지의 과한 애착심이 일으킨 어떤 하루의 에피소드이다.

당시에 내가 이직할 기회가 생겨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받은 퇴직금에서

평소에는 드리지 못했던 금액의 숫자로 용돈을 드렸다.


금융치료에 세상 누구보다 약한 마음씨를 가지신 아버지는 용돈을 드리니 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용돈을 어디에 쓰실 건지 빠르게 계획을 나에게 말하셨다.

많이 드리지 못한 게 오히려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모를 미안함이 더해진 짠함도 느껴졌다.




어디에라도 쓰셨겠지 하고 그 기억을 잊고 지낸 얼마 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전화를 거셨다.


근무 중에 전화받거나 개인 전화를 길게 하는 걸 평소에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를 아버지가 잘 아시기에

평소에는 전화를 잘 안 하시는데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하신 것 같아 얼른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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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실망과 다급함 그리고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는

광기 가득 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

"얼마 전에 네가 준 돈을 아주 잘 뒀는데 그 돈이 없어졌다!! 누가 훔쳐간 거야! 누가 내 집에 몰래 들어와서 그 돈을 가져갔어. 분명해, 나쁜 놈들 노인네 혼자 살고 있는 집에 몰래 들어와서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훔쳐간 거야! 내가 분명히 정확하게 이곳에 두었는데 그것만 홀랑 사라졌어. 이건 분명 누가 들어와서 돈이 있으니까 돈만 가져간 거야!"


"아버지 다시 한번 더 기억해 보시고 천천히 다시 찾아보세요. 돈을 또 얼마나 잘 두셨길래 또 기억도 못하고 이렇게 찾으시나."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야! 누가 가져갔데도! 너는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냐?? 성질나게!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여기에 두었는데 그것만 없어졌다고!! 돈이 있는걸 누가 몰래 보고 가져간 거라고!"


"알겠어, 나 바빠. 이따 퇴근해서 집 가서 이야기해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없던 예민함까지 끌어올려서 일을 하곤 한다.

그래서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퇴근 때까지 일에 몰두하다 보니

가끔 이렇게 흐름이 끊기는 일이 생기면 다시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데다가 아버지가 잘 못 둔 돈 이야기에 정신을 홀딱 빼놓는 아버지 생각에 힘이 쭉 빠졌고

나 역시도 이런 일로 전화하는 아버지에게 급 분노와 같은 화가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으로 하던 일도 잘 마무리 못한채 그리고 잃어버린 돈 때문에 하루 종일 상심하고 있을

아버지를 향해 퇴근했다.

퇴근 후에 쉬지도 못하고 또 한 번의 아버지 분실한 돈에 대한 분노 섞인 하소연을 몇 시간을 들은 것 같다.


그렇게 저녁을 드시고 실망한 채 집으로 올라가신 아버지에게 위로의 공감을 해드리고자 하는 의욕은

이미 바닥난 상황이라 아무말도 못하고 나는 그 날, 푹 쓰러져 씻지도 못한 채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울리는 내 전화기,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평생 택시 운전을 하시며 새벽에 일어나 나가셨던 일상의 패턴 때문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새벽잠에 깨셔서 누구보다 새벽형 인간, 누구보다 아침이 긴 일상을 보내시게

되었다.


일단, 그렇게 받은 새벽녘의 아버지 전화...

"돈 찾았다. 내가 그 돈 잃어버릴까 봐.. 봉투에 넣어서 서랍 속 윗 벽에

테이프로 딱 붙여놓은 것을 잊어버렸더라고... 허허허

그럼, 내가 누군데 그 돈을 잃어버리겠어.. 자라! 더 자라~ 그런줄 알고 있어!"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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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다 깨버렸다. 순간 다시 쓰나미처럼 몰려온 나의 화는 내 속에서 그렇게 끓어올랐다가 다시 멈췄다.

그렇게 누군가를 의심했던 아버지도 실망스러웠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그날은 전 날 피로를 비롯하여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회사 출근해서도 하루 종일 하품을 연신 해댔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동료에게 셋째 임신한 거 아니야?라고 의심받을 정도로 졸려했었다.


아버지의 소중한 돈을 훔쳐 간 것은 그 어떤 사람, 누구, 인물도 아닌 바로 아버지의 기억이었다.

기억이 훔쳐갔다. 아버지의 기억이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돈을 찾으시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셨으니

잠깐의 해프닝 안에서의 의심정도야 하며 한숨 섞인 웃음과 함께 빨리 잊자 생각했다.

소중한 아버지 돈, 제발 아버지 기억에서는 사라지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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