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생 극우 아버지와 살아가기_사랑하는 아버지의 좌충우돌 극우일상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2G 폰을 쓸 때에도 아버지는 전화를 걸고, 받고, 끊는 것만 하실 줄 알았다.
당시에도 아버지에게 문자 사용하는 법을 배워서 문자도 보내고 하셔라라고 말씀을 드려도
"눈 아파서 핸드폰 화면 보기 힘들어. 그리고 전화가 걸고 받고만 잘 되면 됐지.
바빠 죽겠는데 무슨 문자를 찍고 있냐? " 하시며 변화되는 세상에 맞추지 않으셨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발전되고,
자고 일어나면 놀라운 기술들이 세상에 나와 또 한 번 아버지를 혼란스럽게 했다.
새로운 기기들 중 아버지 속을 가장 썩이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터치식 버튼도 적응하기 어려워하시고 터치를 뭉뚝한 손으로 힘껏 꾹 누르시는 모습에서
스마트폰 정복 미션은 너무 해결하기 어려운 인생 과제가 되어버렸다.
변화되는 속도가 무섭게 빠른 요즘의 세상에 아버지는 불만이 가득하시다.
"왜 이런 물건을 만들어 놔 가지고 배워야 하고, 이런 거 못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이거 때문에 은행도 점점 없어지고 나는 못하는데 머리 나쁜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이렇게 분노에 가까운 화를 기기 앞에서 내셨다.
스마트폰을 구매하시고 겨우 유튜브를 켜고 보는 법 까지는 가능해지셨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검색한 콘텐츠를 선택하는 일까지는 아직 접근도 못하신 상황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내에서 텍스트를 입력하시는 과정이 아예 불가능하다 보니
스마트폰에 대한 갈증이 심하셨다.
특히, 어디서든지 능수능란하게 스마트폰을 하면서
어깨에 힘주고 싶었을 그 마음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아버지에게 스마트폰 사용방법에 대해 안 가르쳐 드린 건 아니다.
몇 번을 시도하고 알려드려도 금세 "귀찮다!" 한마디로 몇 시간 배운 내용을 다 뒷전으로 해버리시는 통에
나도 가르쳐 드리는 일에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가고 아버지도 몇 차례 스마트폰을 변경하시기도 했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만난 분과 대화를 하다가 스마트 폰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하루 배우고 오셨는데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많아서 정신이 없으셨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의 딸이 "할아버지, 스마트폰으로 뭐가 가장 빨리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
말을 들은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그 글씨 쓰는 거 좀 했으면 좋겠어. 카톡인지 뭔지 그것도 좀 보내고.."
"그럼 제가 글자 쓰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하고
시작된 딸의 할아버지 스마트폰 코칭 또한,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도 안 내고 가르치는 모습이 나보다 훨씬, 제법 나아 보였다.
그날따라 또 의욕이 넘치셔서 손녀에게 텍스트 입력하는 방법을 몇 시간 앉아서 배우시면서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아버지, 내 이름등을 입력하는 데 성공하셨다.
성공하시기까지 나의 딸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래하 한글 키패드의 [·]과 [ㅣ]를 사용하여
모음을 만드는 부분 설명이었다.
"할아버지 이 한글에 짝대기가 있잖아요? 세로는 그냥 똑같이 생긴 [ㅣ] 이걸 누르시면 되고요!
이 짧은 가로 짝대기는 [·] 점을 누르시면 돼요!
점을 세로 짝대기보다 먼저 누르느냐, 나중에 누르느냐에 따라서 [어]가 되고 [아]가 돼요.
점 두 번을 빠르게 따닥! 누르면 또 [여]가 되고 [야]가 되죠! [야]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
"알겠어 할아버지가 눌러볼게"
아버지가 누르신 모양은 이렇게 나왔다. [ㅇㅏ ·]
"이거 또 왜 이래????"
"할아버지, 점을 딱! 딱! 누르면 안 되고 조금 살짝 빠르게 따닥! 눌러줘야 바로 연결이 돼요!"
"따닥?? 따닥???? 빠르게????? 오.. 알겠어!"
다시 설명을 듣고 화면에 올바르게 나온 [야]를 보시면서 탄식을 하시곤..
"이야.. 이거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정말!"
"할아버지 그래도 빨리 알아들으시고 빨리 하시는 거예요! 제가 이렇게 써드릴 테니까 이거 보고 좀 더 연습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한참을 쓰고 지우고 스마트폰을 끄고 키면서
문자앱까지 다시 접근하고 쓰고 지우고 반복 작업을 하셨다.
그 부분이 조금 이해가 되셨는지 한결 기분 좋아하시며
"아.. 역시 우리 손녀가 알려주니까 쉽게 이해된다. 이거 할아버지가 연습을 안 해서 그렇지 별거 아냐! 하하하 그럼 **야
할아버지 이번에는 토끼? 토끼 한번 써볼까?"
"토끼요?? 아.. 토끼는 지금까지 연습한 거랑 또 방법이 다른데.. 음... 그럼 할아버지 [토] 자 누르기 전에 [오]를 만들어 볼게요! [오] 자를 먼저 눌러보세요!"
"[오]? [오]를 눌러야 하는구나! 자~ 여기!!"
그 순간, 우리는 아버지가 작성한 [오]를 보고 오열하듯 웃으며 자지러졌다.
손녀딸의 요청을 듣고 아버지가 쓰신
[오]는 [5]였다.
나는 그날 나의 인생에서도 아버지의 가장 순진무구한 [5]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 스마트폰 그까이꺼 진짜 별거 아니야! 아자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