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생 극우 아버지와 살아가기

사랑하는 아버지의 좌충우돌 극우 일상

by 막걸리와모둠전

시작...

갑자기 우연히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었다.

제목으로 봐서는 어쩌면 우스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또, 어쩌면 꽤나 슬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색깔이 어떤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시작해 본다.


2017년 지독하게 무더웠던 날, 나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지도 모르겠는 나의 엄마를 하늘로 보내드렸다.

엄마가 하늘로 돌아가신 직후, 아버지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슬픔을 느끼며 그 어떤 누구보다 슬퍼하며 함께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었고 두 명의 내 아이를 돌보고 또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마음과 아버지의 일상을 세심히 돌봐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아버지와 나 사이에 엄마가 있었고

어쩌면 그동안은 엄마 덕분(?)에 아버지를 적나라하게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그 순간, 나도 슬펐지만 모두가 아빠를 잘 챙기라고 나에게 위로보다 원하지 않는 격려를 하셨었다. 나도 엄마를 잃은 슬픔을 나누며 위로받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격려가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는 서로에게 다른 그 빈자리를 다독이며 그 과정과 함께 아버지를 좀 더 자세히 보게 되었고 알게 되었다.



#. 정치성향 1_보수의 확인

나는 결혼과 함께 신혼생활을 친정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나와 삶이 달랐던 남편과도 약간의 갑갑한 갈증을 눌러 담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결혼생활은 넉넉하지 못한 덕에 늘 부족했고 나름 하고 싶은 것들을 다했던 결혼 전의 삶과 많이 달랐다.

무엇인가 부족하고 또, 없다고 생각하니 더 남과 비교하게 되었고 그런 나의 아쉬움을 내 아버지는 응원과 격려로 다독여 주지 않으셨고 여러 가지 지나간 시간의 탓을 하고 나의 선택을 원망하기도 했다.

내가 힘들어서였을까? 가끔은 그 말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마치 그 원망과 자책이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문장으로만 그렇다고 이해했지 어떤 보수성향의 지지자였는지 정확히 알게 된 것은 박근혜대통령 탄핵 때부터였다.


당시 세월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희생되었고 나라는 온통 눈물이 가득한 노란 물결이 흐를 때 나는 아이를 출산한 지 3년 즈음되어가고 있을 시기였다. 그렇게 처음 육아를 하며 나의 아이의 소중함, 아이가 주는 행복을 직접 느끼던 때라 세월호의 희생된 아이들의 유가족 마음에 지나치게 감정이입 되어 있었다.

심지어 당시에 나는 세월호 트라우마로 악몽도 꾸고 며칠을 바다와 배가 보이는 가위를 눌리기도 했었다. 가위를 눌리는 나를 보고 남편은 뉴스를 그만 보라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미처 빠르게 대응하지 않은 정부를 원망하게 되었고 갑판대 위로 구조요청 한번 못하고 기다리라고 하는 말만 믿으며 밀려오는 물살에 마지막을 맞이했을 희생자들 생각에 매일 슬픈 마음이었다. 그때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풀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러갈 때쯤,

아버지의 한마디

"저 지겨운 뉴스 좀 그만해야 하지 않겠냐? 경기도 어려운데 저 사고를 언제까지 끌고 가고..

그걸로 시작해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고...."


"아버지 손자손녀가 저 배에 탔어도 그런 말 나오겠어? 내 자식이 저렇게 되면 나는 정말 저승 끝까지 쫓아갈 것 같은데.. "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버지와의 정치 갈등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나의 인생 안에 노(怒)와 애(哀)만 있을 수 없듯이 아버지와 나의 삶 속에도 슬픔도 있고, 분노도 있고, 기쁨도 있었고 사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로 인하여 정말 의절할 만큼 식기를 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싸운 일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아버지가 정치에 편향적인지 몰랐으며 이 일로 인해서 내 가족이라고는 단 한 명도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국회 이야기에 왜 아버지는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에 저렇게 분노를 터트리며..

딸자식한테도 몹쓸 소리까지 내 던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가족끼리, 명절에 정치이야기를 왜 금기어 삼는지 진심으로 뼛속 깊은 곳까지 이해되었다.


아버지와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 속에 정치 이야기만 하겠냐만은 결과 중심, 1등 최고, 외모 지상주의, 남아 선호사항, 체면 차리기, 대우와 대접이 당연한 풍토, 남 탓과 회피, 자식 꿈에 흙 던지기가 만연했던 그 시설을 살아오며 하루 벌고 하루 술 마시는 일상부터, 아빠보다 엄마는 약한 사람, 그런 것들이 집집마다 또 당연했었던.. 그 시절 그냥 평범했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 밑에서 커온 나 그리고 지금은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의 삶,

그런 문화에 온갖 갈증을 느끼고 꿈마저 뒤로 했던 나의 슬픔을...

이제는 나로부터 끊어내고 싶은... 내 자식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스스로의 온전한 아버지를 인정하고 못마땅함이 가득한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그런 어른이 아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다를 가르치는 여유로운 어른이셨으면.. 또, 남은 삶은 그렇게 살아가시길 바라며

나의 온 마음을 담아 글을 이어가 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