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과 세상 - 서쪽

서쪽


이채민(1957~ )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서쪽을 오래 본다

절반도 쓰지 못한 하루가 사라지는 곳

고요한 감전의 이야기가 고여 있는 곳

한 생의 꽃이 피고 기우는 곳

스무 살의 여우비와

거짓말 같은 사람들도 그곳에서

왔고, 갔다

누워서 똥을 싸는 꿈을 꿨는데

서쪽은 부끄럽지 않았다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새들과 바람이

어디쯤에서 쉬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심지 않은 풀에서도

서쪽 냄새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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