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러고 싶은 거예요.
매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고, 어지럽혀진 집안을 치운다. 그러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는다. TV 대신 쿠팡 플레이로 어떤 걸 볼까 고민하다 매번 켜는 것은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이다. 밥을 먹다가 내가 마치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 경우가 많다. 보다 보면 어? 우리 아이도 가끔 그러는 거 같은데?! 우리 아이랑 기질이 좀 비슷한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엔 더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마치 이젠 나의 정답 해설지 같은 느낌이랄까? 이러다 보니 다른 영화나 프로그램보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한 번씩 꼭 찾아보게 된다.
며칠 전 77회 차를 보다, 아차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우리는 항상 아이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 생기면 왜 그랬어?라고. 말을 잘하지 못할 때는 마치 오지선다에 답을 고르듯 이래서 그랬어? 저래서 그랬어?라고 물었다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턴 대체 "왜" 그랬냐고 물어봤다.
"마음에는 왜(why)가 없어요. 왜는 인지예요. 그냥 그런 거예요."라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을 듣고는 아차 싶었다.
우리 아이는 장난감을 바닥에 다 쏟아붓는다. 자기가 찾고 싶은 특정한 장난감이 손으로 몇 번 뒤적여서 찾을 수 있는 물건이라도 거의 매번 일단 바닥에 다 쏟아붓고 찾는다. 그래서 순식 간에 아이방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장난감이 널브러진 방 안에서 또 다른 장난감을 엎고 엎고를 반복하니, 바닥에만 장난감이 수북이 쌓여있다. 정리하는 습관이 안되어 있나 싶다가도 어린이집에서는 제일 정리 잘하는 아이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이 통에 있던 장난감은 대체 왜 엎었어? 갖고 싶었던 것만 꺼내면 되지 왜 죄다 엎어놨어?"라고 물으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혹은 "몰라"였다. 그 대답을 듣고 나면 더 화가 난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이 아이는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내가 정리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혹은 이렇게 해야만 물건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 습관이 되어버렸나? 그런데 어린이집에서는 왜 안 그러고 집에서만 그러는 거지?' 아이의 행동은 하나인데 나의 머릿속의 질문들은 수십 개로 늘어나면서 나의 가슴을 조여 답답하게 만든다.
나는 "왜"라는 말에 왜 집착하며 물어봤을까? 나름대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자 했던 것인데,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행동이 많은데,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그냥"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대하여 납득이 되지 않으니 자꾸만 왜 그랬냐고 체근하고 물어보게 되어 아이도 나도 서로 짜증만 내게 된 것이 아닐까?
장난감을 쏟지 않고 어떻게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전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정리한 후에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것도 꾸준히 알려주고 있다. 적어도 아이의 방에서는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해준다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내 기준에서만 그랬던 것 같다.
무엇이든 "그냥 하고 싶어서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내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준다면, 아이도 재미있게 놀면서 자율성을 길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줄 수 있는 금쪽이의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