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유서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생겼을 때

by MINA


임신은 거의 계획적이었다. 처음엔 일이 하기 싫었기 때문에 핑계라 할 수 있다. 내 업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팀장, 의미 없는 일을 시키는 회사 임원, 이런 업무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타 부서 직원들... 이직을 하고 싶지만, 서른 지난 결혼한 여자 직원은 이직 후 임신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주변에 다들 애를 낳아 키우고 있는데 지금 내가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다.


사실, 계획적으로 임신을 해야겠단 마음을 먹었을 땐 되지 않았다. 될 대로 되라며 포기했을 무렵 임신이 되었고, 자궁 내 피가 비쳐 누워있는 생활과 입덧으로 고생길에 들어섰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 너무 무지렁이 었다. 하나하나 찾아보니 아이를 위해 1부터 100까지 생활을 싹 바꾼 사람도 있었다. 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뱃속에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거나 혹은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기에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선생님 입덧이 심한데... 이거 먹어도 돼요? 한입 정도는 괜찮나요?' 라 물으면 '일단 엄마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 안돼요. 탄산만 먹히는 엄마는 일단 엄마가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그거라도 마시라고 해요. 먹는 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입덧 약도 있으니 너무 힘들면 얘기해요. 먹는 거 하나하나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먹을 수 있는 건 먹어요.' 이 말씀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 계기로 몸도 힘든데 뭘 싹 바꾸려 하지 말고 나의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임신은 각자에게 생기는 현상들이 다르기 때문에 '임신'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내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는 모두 내가 몸소 겪으며 아는 수밖에 없었다. 출산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도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해줘도 그들의 무용담일 뿐, 유도 분만하기 직전까지 남편이랑 하하호호 수다 떨며 장난치기 바빴다. '배가 뭉쳐서 너무 힘들다. 오늘 애 낳으면 이렇게 힘든 것도 끝나겠지?! 조리원 가서 얼른 쉬고 싶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가 따로 없다. 거기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들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고, '당연히 힘들겠지만, 내 친구들도 다했는데 나도 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뿐이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많이 컸다. 거의 의사 선생님이 끄집어내 주셨다. 간호사가 아이를 가슴팍 위에 올려줬을 땐 하 이젠 끝났다며 속이 후련한 마음과 함께 뭔지 모를 뭉클함이 밀려왔다. 출산 후 병원에 있을 땐, 일단 내 몸이 죽겠으니 회복은 언제 될지 애는 나왔는데 왜 배는 반밖에 안 들어간 건지.. 조리원 가면 천국이라던데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막연한 설렘이 있었다.


조리원은 병원 건물이라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더 올라가기만 하면 됐다. 신생아실 바로 옆인데 시끄러울 수 있다며 양해를 구해왔다. 그래도 급한 일 있으면 빨리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남편과 같이 있다 저녁에 홀로 남겨졌다. tv를 틀어도 별로 보고 싶은 게 없고 신생아실에서 들려오는 저 울음소리가 우리 아이인가 싶어 cctv를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cctv에 아이가 없으면 '무슨 일이 있나? 왜 없지?' 있으면 혹시나 아기가 토를 하진 않는지 우는데 안 달래주는 건 아닌지 의심과 걱정은 내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혼자 남겨진 조리원 방에서 신생아실에서 들려오는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며, 과연 이 아이를 앞으로 잘 키워낼 수 있을지 두려움에 휩싸여 한참을 울었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신생아는 거의 잠만 잔다던대 우리 아이는 왜 잠을 자지 않는지, 왜 우유는 많이 먹지 않는지, 다른 아기들은 방긋방긋 잘 웃던데 우리 아이는 왜 안 웃는 건지...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첫 시작부터 정반대로 흘러갔다. 물론 현재 나의 육아생활도 정말 녹록지 않다.


그러다 글을 써볼까 하는 계기가 생겼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걷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거기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분들이 생겨났다. 정말 작은 확률이라지만 그게 내가 되면 100%인 것을..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생각하니 불현듯이 조리원에서 혼자 울었던 그 며칠밤이 생각났다.


나보다 소중한 우리 아이가 더 많이 자라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기록해서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내가 너 키우는데 너무 힘들었어 근데 너도 내가 엄마라 힘들었지? 그래도 우리 아기 덕분에 엄마 많이 성장하고 있는 거 같아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글을 쓰기로 했다.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고 매일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해줘야지 라는 목표도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한 지 오래지만 이 글만큼은 꾸준히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