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그래도라고 그만 말하고 싶다. 최종범은 형량에 불복하고 상소를 했다지, 그래도 힘내서 바꿀 수 있을거야. 안희정 모친 장례식에는 대통령도 화환을 보냈다지, 그래도 같이 모여서 사법부에 항의하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거부했대. 그래도..그래도. 무력함을 딛고 일어나는 이런,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을 그만 하고 싶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잊고 한순간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여성은 인간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왜이렇게 뭇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건지 모를 일이다. 상사의 말에 딱딱하게 리액션 하는 것. 어떤 옷을 입더라도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일.
아니다,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범죄에라도 노출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그때 함께 이야기 나눴지, 그래서 이렇게 바뀌었잖아. 회사에서 성희롱한 그새끼 결국 그래서 짤렸잖아. 어떤 사람 재산이 몰수됐대. 아동성범죄자였대.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런 당연한 결론을 내고 싶다.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논란은 공소권 종결로 끝났다고 한다. 순간 순간 갑자기 화가 나고 무력해진다.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데만 너무 많은 힘이 든다. 폐허에서 남은 마음을 모아 새로 시작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가 아니라 그래서인 세상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