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미루지 말자.
어렸을 때는 위로가 참 쉬웠다.
그래?
진짜?
정말 힘들었겠다.
이 세 마디면 다 되는 건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고 정작 내가 위로받아야 할 순간들이 생기면서 되레 누구를 위로한다는 일이 참 어렵고, 함부로 감히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위로가 더 이상 위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남들과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점점 더 무심한 인간이 되어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름대로 마음의 공간이 생기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다지 위로가 안 되는 위로마저 점점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빈말이든 진심이든, 그들이 했던 말은 무의식 중에 내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들 또한 위로가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용기 내어 건네었던 말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어찌 보면 그동안 위로에 관한 나의 짧은 생각이 나만의 착각이자, 지나친 자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는 위로가 되든 안 되든, 위로하고픈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위안 삼을지는 온전히 위로받는 이들의 몫이라는 것도 알았다.
말은 쉽게 증발되기도 하지만, 때론 누군가에게 묵직하게 자리 잡을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더 이상 위로를 귀찮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연히 말하면 위로는 후불제인 경우가 더 많다. 안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위로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먼 훗날 고마운 이들의 말 한마디가 다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위로는 더 이상 우리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우리 곁에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우리 모두 위로하기를 주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