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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특별한 하루

Special Olympic

by 시애틀 이작가


딸과 함께 스페셜 올림픽 봉사를 다녀왔다.

미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 장애가 있는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세계 최대의 스포츠 조직이라고 한다. 172개국에서 500만 명의 참가자에게 연중 내내 훈련과 활동을 제공한다. 위키디피아를 찾아봄. 우리나라도 가입된 국가이고 2013년엔 평창에서 스페셜올림픽이 개최되었다. 4년에 한 번 올림픽이 개최되고 참가자들은 매년 꾸준히 훈련과 활동을 이어간다.


지금 딸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는 단체에서는 앱을 통해서 내 주변 지역의 봉사를 찾아보고 등록하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스페셜 올림픽'이라는 문구를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이건 무슨 봉사일까?


존 F. 케네디의 여동생 유니스가 정신 장애인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이 조직이 미국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졌다. 매년 시즌별로 다양한 종목이 운영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등록한 것은 Bowling이었다. 볼링!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팀 회식 때 맥주 쏘기 내기 걸고 몇 번 가본 것 같긴 한데... 제대로 룰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고민하는 내 옆에서 우리 딸은 또 옆에서 신이 났다. '엄마, 나 볼링 좋아! 무조건 가자.'


집에서 30분 거리를 운전해서 발런티어 장소를 도착하니 내 예상보다 너무 소박한 볼링장이었다. 그래도 올림픽이면 뭔가 만국기도 펄럭이고 사람들도 북적북적할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냥 동네 조용한 볼링장이었다. 미국 와서 늘 느끼는 거지만 늘 겉치레, 불필요한 포장.. 허례허식. 이런 걸 안 하는 것 같다. 행사라고 여기저기 꾸미고 돈 들이고 그런 걸 안 한다. 그런 것보다 볼링만 재밌게 잘 칠 수 있으면 된 거지!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였다면 도지사, 국회의원 화환도 오고 그랬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다 장단점이 있지.. 생각하며 들어서니 발런티어를 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회사에서 팀으로도 함께 오고, 우리처럼 엄마와 딸이 함께 오거나 고등학생 친구들끼리 오기도 하더라. 연인 같아 보이는 커플도 있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주최 측 담당자가 시간이 되자 오리엔테이션을 하자고 모두 불렀다. 모두 둥그렇게 모여서 경청을 한다. 볼링 경기가 진행될 것이고 우리는 경기가 잘 진행되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기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슈가 발생하면 오피스에 알려달라고 했다. 점수집계는 기계에서 자동으로 되지만 마지막 최종 팀 점수는 우리가 시트에 적어야 한다고 했다. 눈치영어로 이렇게 알아 들었다. 정말 느끼는 거지만 영어를 잘하려면 '눈치'가 먼저인 것 같다.


우리가 배정받은 레인으로 갔다. 옆으로 쭉 늘어져있는 레인에서 우리는 2개의 레인을 맡았다. 딸이 하나 내가 하나. 팀이 2팀으로 맡아서 하기로 한다. 장애인으로 구성된 팀들이 도착하고 다행히 팀마다 코치가 한 분씩 계셨다. 우리가 오늘 발런티어라고 인사를 나누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팀 구성은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장애인 친구들이었고 이미 서로 훈련을 꾸준히 해온 탓에 서로서로 친해 보였다. 게임이 시작되자 레인 앞의 기계에 선수 이름이 떴다. 그러나 간혹 자신의 순서를 놓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가 가서 알려주었다. 눈치를 보니 선수들 이름을 얼른 외워야 할 것 같았다. 엄청난 속도로 딸과 함께 각자 팀의 이름과 얼굴을 외웠고 스무스~하게 게임을 진행시킬 수가 있었다. 한국인의 눈치 빠름이란.


그러나 게임을 하다 보면 문제가 꼭 발생을 하는데 공이 안 나온다거나, 볼링핀이 다 없어져야 하는데 남아있다거나 점수기계가 멈춘다던가 하는 상황들이었다. 그럴 때는 오피스로 전화를 걸어 여기는 몇 번 레인,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말해야 한다. 이 날 8시간 봉사를 통해 전화영어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선수들이 스트라이크를 하면 같이 하이파이브도 하고 뒤에서 응원도 해주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즐겼다.

잠깐잠깐 휴식시간을 갖고 총 3타 임의 경기를 진행했다. 8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루종일 서서 볼링경기만 보다 보니 볼링핀 넘어가는 소리가 집에 와서도 들렸다.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장애인친구들이 이렇게 열심히 꾸준하게 연습을 하고 경기를 통해서 승리와 패배를 맛보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행동과 말이 조금 느릴 순 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친구들이다. 거기다 언어와 문화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우리지만 스포츠를 통해서 교감을 하였다. 금방 친구가 되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에서 박수도 치고 이제 퇴근을 하려는데 담당자가 와서 우리에게 다음에도 꼭 와달라고 오늘 너무 잘해주었다며 폭풍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영어도 부족한 동양인 모녀가 손짓발짓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게임 진행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았을 텐데 말이다.


집에 운전하면서 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영어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 의지이다.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장애가 있어도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난 늘 '내 영어가 아직 부족해서 이건 안돼. 이 일은 영어가 좀 늘면 해보자.' 이런 핑계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영어는 듣는 것, 말하는 것이 속도가 느릴 뿐, 못할 일은 없었다. 빨라서 못 들으면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면 된다. 어려운 단어로 말할 것이 아니라 심플하고 간단한 내가 편한 단어로 내 의견을 말할 줄만 알면 된다. 내가 스스로 프레임을 씌우고 나를 가둬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천천히 부수고 나와야지. 나도 용기를 내야지. 도움을 주려고 온 봉사에서 내가 큰 도움을 안고 돌아간다. 매우 특별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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