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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Dec 31. 2015

아프리카 다이어리

Ah, Free, ka! 

제가 이번엔 남아공에 한번 가보겠습니다.


5개월의 태국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생계를 위해 직업을 찾던 중에, '외국계 자원봉사 회사에서 Volunteer Advisor를 찾습니다. 남아' 라는 제목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자원봉사도 좋아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도 적성에 맞는데 외국계 회사는 금상첨화, 그런데 남아? 남자만 지원하라는 말인가? 요즘 세상에 이런 성차별이 어디있어?! 하, 내가 그러면 지원 안할 줄 알고?! 라고 발끈했는데, 알고보니 그건 '남아공 사무소에서 근무'라는 끝부분이 잘려있었던 거였다.


2014년 6월 27일,

그렇게 얼떨결에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 준비는 커녕 생각도 없어서 친구가 잘 다녀오라고 전화를 해 주지 않았다면 비행기조차 못 탈 뻔했다. 인천에서 출발시간이 금요일 새벽 1시 20분 이었으니 목요일 자정까지는 공항에 가 있어야 했는데, 새벽비행기 날짜를 착각하는 많은(많다고 믿는다) 사람들처럼 나도 금요일날 공항에 가겠다고 생각한 거였다. 그 친구는 진심으로 내가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프리카인 듯 아프리카 아닌 아프리카 같은 남아공


아프리카에도 겨울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는 않았다. 호주랑 위도가 비슷하니 기온도 대략 그정도겠다 생각은 했으면서도 겨울옷을 안챙겨와서 더 춥게 느껴지니 그건 내 탓. 그런데 이렇게 난방시설이 전혀 없을 줄은 몰랐다. 집에 히터가 장착되어있지 않고 철저히 여름날씨를 위해 지어진 집들, 그러고보니 역시 아프리카였다.


공항에서 숙소로 오는길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판자촌이라 부르는 빈민가를 여기에서는 타운쉽township이라고 부른다.  

공항에서 얼마 지나지않아서 보이는 동네..인터넷에서 보던 "아프리카 빈민가"의 모습이 아주아주 넓게 펼쳐지는데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었고, 그러면서 바뀌는 집들의 모습에 한번 더 놀랐다. 평범한 집들은 그냥 외국 드라마에서 보이는 주택이고, 중간중간 부자동네인지 멋지게 지어진 집들도 많고..그때 생각한 게, 내가 일하고 생활하게 될 환경은 분명 그저 여느 서양 나라와 비슷할텐데 그러면 진정한 아프리카를 보지도 못하는 거 아닌가, 였었다. 


 진정한 아프리카가 무엇인가요


선진국에 가서 약자가 되는건 자존심 상하고 서럽고 우울한데, 그렇다고 또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못 사는 나라에 가서 중산층이 되는건 그 나라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고 불평한다. 

그런데 가만있어보자, 진정한 아프리카가 무엇인지..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식수가 모자라고 식량이 부족한 것 만이 아프리카 인건지.

그냥 내가 지금 여기서 한국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는건 진정한 남아공의 모습이 아닌건지..

타운쉽을 가보고 싶은데 그런 나의 의도는 무언지..

못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며 상대적인 우월감이나 동정심에 젖고 싶은건지, 그걸 보면서 아프리카의 참모습을 보았다고 만족할 것인지..내 호기심을 채우기위해 남들의 사생활에 끼어들려고 하는 오만함이 아닌건지..


길에는 정말로 흑인이 많고,

엉덩이가 큰 여인네들이 지나다니고,

우리가 레게머리라 부르는 흑인특유의 헤어스타일도 쉽게 볼 수 있다.

직원중에도 흑인들이 많은 걸 보니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건 같은데, 사실 모든 생활은 서양과 비슷하다.

친구들이 사자는 봤냐고 물어보지만 우리동네엔 개밖에 없는걸..



낯선곳에서 일상을 만들고 그것이 익숙해지면 새로운 일상을 만들러 떠도는 서른 두살 한국여자의 아프리카 일기를 쓰겠습니다.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멋지게 들려서 이렇게 시작은 했는데, 은근슬쩍 그러다 나중에는 대놓고, 여태껏 다른나라를 헤매고 다니며 겪었던 마음여행기를 적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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