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Freek, Ka!
제목을 할 게 없어서 비꼬는 의미로 가정부라고 썼지만, 이 말을 정말 싫어한다. 메이드maid 라고 부르는 사람도 아주 간혹 있고, 클리닝 레이디 cleaning lady이나 도메스틱 레이디domestic lady라고 부르는데, 회사에 계신 분은 나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냥 서로 이름을 부르고, 집을 도와주시는 분들은 왜 그런지 늘 나이가 나보다 많은 편이라 그냥 이모님+성함 Aunty누구 쯤으로 부른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하다보니 입주도우미 혹은 출퇴근하는 가사도우미가 흔한 일인데, 이곳 아프리카에서도 그렇다. 동료들 집에도 웬만하면 일주일에 한두번씩 와서 청소 해주는 분이 계시다. 일자리 찾기가 어려우니, 마트 게시판에 홍보하는 건 물론이고, 도로에서도 직접 가사도우미 일을 구직한다고 쪽지를 써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운좋게도 트리하우스가 있는 멋진 집을 친구들과 세명이 통째로 빌려 살 때 였는데, 조건 중 하나가 가사도우미와 정원관리사를 유지하는 거였다. 이사가 반 직업이 되어 짐도 별로 없고 귀중품도 없어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 나 없을 때 내 집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거북했다.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돌아가며 청소하겠다며 거부했으니 계약 조건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두 분께 일당을 챙겨드려야 했는데, 역시 사람의 적응력이란...퇴근 후 말끔하게 치워진 집을 보면 기분도 좋고 편해서 바로 적응하게 되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아, 너무 감사할 뿐. 하지만 초기에는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집은 정말 말끔하게 치워 주시는데, 항상 본인이 원하시는 곳에 우리 물건을 마음대로 옮겨 놓으시고, 문제는 우리 음식을 전부 없애는 거다. 여기에서는 보통 일당으로 드리기 때문에 도우미가 반나절 이상 혹은 하루종일 그 집에 머물면서 가사를 돌봐주고, 그래서 그 집에서 음식도 해결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 Aunty는 정말, 새로 사다놓은 치즈를 전부 다 드시거나 ㅠㅠ 과일팩이 통째로 사라지는 등,
혼자 끼니를 때우는 정도가 아니라 집에 가져가나 싶을 정도로 심해서 몇번 얼굴을 붉혔었다.
그런데 또 다른 집에서 살때 겪었던 분은 음식을 좀 드시라 해도 잘 안드셨다. 이것도 불편하다.
사실 처음엔 가사도우미에게 식사까지 제공하는 게 조금 언짢았다. (난 욕심쟁이)
우리집 주인오빠는 가끔 그분을 위해 요리까지 한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멋쟁이 주인오빠의 태도를 배우며 점차 나의 못된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잘 생각해보면 하루종일 우리집을 관리 해 주시는데, 있는 음식은 당연히 나눠먹는거니까 help yourself를 외치고, 일주일에 한번 오시는 거 이왕이면 맛있는 거 해서 나눠먹으면 서로 좋으니 그러고 싶긴 한데...나는 또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해서 그 분이 일 해 주실 때 나도 역시 사무실에서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하고있다. 케잌이라도 구우면 미리 챙겨놨다 드려야겠어.
지금 집 계약이 끝나서 전부 다 새집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새로 바뀐 주인이 그분을 고용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 일 해주시던 분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는, 특히 우리 회사와 주변에는,
"우리 도우미 일 진짜 잘하는데 혹시 도우미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줘" 하는 게 보통이다. 내가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없으니 다른 대체할 곳을 찾아주려는 마음이 너무 좋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aunty도 만약 내가 새로 이사가는 곳에서 필요하면 부탁하려고 주인오빠에게 얼마정도 드려야 하는 지 물어봤다.
보통 하루에 200랜드가 기본인데(정말 기본이다. 그런데 전 집에서 200랜드 드렸었음) 우리집은 그동안 300랜드를 드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주인오빠는 완전 매력남에 인성이 최고인 프랑스인인데, 하루에 200랜드 씩 20일을 일한다 해도 한달에 4천랜드밖에 못 벌고, 게다가 차비도 쓰고 할텐데 자기가 300랜드를 감당할 수 있으니 그대로 주는게 맞는거 아니냐고 한다. 와....감동. 진짜 맞네. 그렇게 계산해보니까, 게다가 한집 맡으면 하루에 그거 하나밖에 못하는데,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기차나 미니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고생해서 와 주시는데 당연하다. 나도 새 집을 찾고 그분을 부르게 되면 당연히 300랜드를 드려야지!
...그런데 나는 집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