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Freek, ka!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와 함께 친구의 소원이었던 와인팜으로 출동했다!
뮤젠버그 Muizenberg에서 스텔렌보쉬 Stellenbosch로 R310 도로를 타고 가는데, 이 길은 내가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는 곳이다. 가는 길 내내 바닷가가 너무 예쁘고 내리막길이 있는 어느 부분에서는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드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한 극심한 빈부차이를 온몸으로 느껴야 하기도 하다. 오른쪽으로는 아름다운 해변도로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커다란 *타운쉽이 두개가 나온다. Mitchells plain(미첼스플레인) 과 Khayelitsha(카이엘릿샤, 혹은 '카일릿챠'로도 들린다)가 그것.
*타운쉽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정해진 흑인 거주구인데 가난한 마을이고 범죄율도 높아서, 그 마을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위험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혼자서 돌아다닐 곳은 아니다. 그러니까 더 호기심을 자극해서인지 그들의 삶을 둘러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판자로 지은집이나 대충 걸려있는 빨래 등이 색감이 너무 아름답게 나와서 사진이나 미술 작품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배경이 된다. 나같은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일까, 여행사 가이드와 함께 마을을 둘러보는 타운쉽 투어라는 게 있는데 어떤 타운쉽에는 그안에 있는 숙소에서 하루를 머무는 투어도 있다고 들었다.
운전해서 가는 동안 나랑 친구는 한국에서 온 내 친구 J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서 자꾸 창밖을 가리키며 저기를 좀 보라고 보러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곳을 지날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친구 J가 좀 더 진지하게 봐 줬으면 했는데, 무심하게 쳐다보고 별로 반응이 없는 걸 보고 살짝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 시선을 타인에게 고집하면 안된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친구도 사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저 그녀 나름의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던거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에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는 그냥 타운쉽이 관광명소처럼 되어버린것 같아. 우리나라에서 판자촌을 지나가면, 저기 보라고 보라고, 저 안에 가서 둘러보라고 그런 말은 안하잖아."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케이프타운의 부촌인 캠스베이(Camps bay)에 가면 바닷가 전망의 초호화 집들을 볼 수 있다. 거기서 내려오는 길에는 클루프스트릿(Kloofstreet, 케이프타운의 가로수길이라 해야하나)이 있는데, 거기에도 멋진 식당들과 힙스터들이 오는 클럽이 있다. 시티로 나오면서 숨겨진 맛집을 찾아 여기저기 좀 헤매다보면 사람들이 길거리에서잠드는 조금 무서운 골목도 지나기도 한다. 하룻동안에도 이 나라의 빈부 차이를 여러 번 볼 수 있다.
친구는 남아공에서 백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자기들이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라에서 흑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분명 억울하게 느끼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인을 마시러 신나게 나가는 길에 바다를 보며 신났다가도 옆으로 크게 펼쳐지는 판자촌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다른 사람이 힘들게 사는 걸 보고 동정심을 갖는 것도 잔인하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더없이 괴롭지만, 그래봤자 결국 와인팜에 도착하면 다 잊어버리고 또 엄청나게 아름다운 광경을 즐기며 와인을 마시고, 심지어 다음 와인을 테이스팅 하기 위해 다 먹지도 않고 물로 헹궈버리기도 한다.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도 잠깐 진지해졌다가... 집에 오면 그날 사온 와인을 보며 또 한번 행복에 젖느라 금방 잊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깐 나는 진지하게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않는다고 할까..아니면 그저 그때 뿐이라고 해야하나. 기차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작 2-3랜드를(그곳도 아주 간혹!) 통에 넣어 주는 주제에, 타인의 고통을 가볍게 말하지 말자는 헛소리나 블로그에 지껄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