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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Mar 05. 2022

한국어 선생님으로 살아남기 1

열정페이 그만하고 싶습니다. 

제목은 저렇게 썼지만 

과연 앞으로 내가 한국어 선생님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예전 경력은 빼고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받은 걸로만 치면 3년차인데,

현재 한국어 교원의 처우를 생각하면 앞으로 자격증을 따겠다는 사람을 뜯어 말리고 싶은 심정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

그러니까 생계를 위한 일이면 조금 더 생각해보고 그래도 하고 싶으면 시작해 보라고, 

분명 다른 교원들의 결론도 마찬가지일거다.


처우는 최악이나 직업만족도는 최상, 

고학력/고스펙이 필요하지만 저임금/제로복지 직종입니다. 

매 학기마다 계약서를 다시 써야하는 계약직이고, 4대 보험은 커녕 정규직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기관이나 학교는 주 15시간 이상의 시수를 주지 않는다. 선생님 한명이 전임으로 해도 일을 두세명으로 나눠 뽑는 것.  

그래서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 개 이상의 기관에서 일해야 하는데, 두 학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시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월급이 아니라 시급으로 받는데, 자연스럽게 수업 시수*시급이다.   

수업 시간만 돈을 받는 거고, 수업을 준비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 시간으로 나누면 최저 시급도 안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어 교원들을 모아 놓고 아무나 찍어도 웬만하면 석사 아니면 박사가 걸릴거다. 

그만큼 학력 인플레이션도 엄청 심한 직종이다. 

대부분의 한국어 선생님들은 한국어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와 한국 문화는 물론이고 한국 요리나 국악기, 태권도 등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공부하고 배워보려고 한다. 

외국 사람들이 나를 통해 한국을 알게된다고 생각하니까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한국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렇게 K컬쳐를 찾아 공부하니 점점 애국심이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세시간만 바짝 배워도 읽고 쓰게 되는 기적의 한글 시스템 만세, 세종대왕 만만세!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태권도 배우고 싶고 가야금 만져보고 싶...

이건 모든 직업군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많이 배워서 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스펙은 점점 상향평준화가 되어간다.


하지만 이런 우리에게 너무 억울하게도 현지 언어까지 요구한다.

한국어 선생님은 영어는 물론이고 현지어까지 잘해야 한다. 

국내 영어 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한국말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왠만하면 한국어 사용을 지양한다. 학생들에게 영어에 확실하게 노출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완전 기초부터 배운다고 해도 일본어로 일본어 기초를 배운다. 

초급반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그 언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발화통제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어 선생님들도 예외가 아니거늘 자꾸 현지어를 강요한다.


제발 자원봉사는 하지 마세요.


이쪽 일을 먼저 시작한 친구가 나에게 이 말을 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자원봉사가 왜?

응? 나도 옛날에 이주민 대상 한국어 수업 자원봉사 많이 했었는데?

그리고 나, 자원봉사 좋아하는데?


이건

그 좋은 마음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이걸 악용하는 기관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 피해가 생업을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경력이 있어야 기관에 지원을 하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새내기 선생님은 경력이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모국어를 가르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있을테니, 봉사도 하며 경험을 쌓는데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원하는 직종이나 꿈의 회사에서 인턴 활동을 해보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자원봉사로 시작하여 경력을 쌓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자원봉사를 모집하는 기준에 놀랄 때가 많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은 물론이고 외국어와 교육 경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자원봉사라고 해서 수업을 대충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우리가 자연스럽게 습득한 지식을, 특히 언어라면, 알기 쉽게 설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스펙이 저 정도면 그냥 신입 사원으로 들어가면 될 일이지만 

시작하기가 쉽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자원봉사로 경력을 쌓겠다는 악순환이 되는 거다.  

돈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자니까 아무나 뽑아 달라는 게 아니고,

그 기준이 얼토당토 않게 높을 경우에는

정당한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원을 뽑는 대신 고스펙 봉사자로 대신하는 건가 싶은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거다. 능력 좋은 자원봉사자들이 넘치는데 굳이 돈을 주고 고용할 필요가 없는거다.

열심히 일한 만큼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바라는 게 과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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