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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Dec 11. 2022

인덕션이 터지고 나도 폭발했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타지의 삶

엎친데 덮쳤었다.

때는 바야흐로11월 초. 

아직도 물이 새는 주방과 싸우고 있었는데

(괜찮다 싶으면 한번씩 싱크대 밑이 새서 관리팀에 연락하고 기술자가 와서 수습하는 것을 반복 중)

그날은 물이 안 새길래 처음으로 요리를 시도했다.

요리라고 해봤자 그냥 따뜻한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어서 양파와 토마토를 볶고 있었다. 

내가 곰탕을 끓인 것도 아니고, 10분 가량 인덕션(인지 하이라이트인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퍽!소리가 나더니 인덕션의 유리판이 터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하아 C...진짜 가지가지한다, 이 아파트...

유리판은 잘게 다 깨져버렸으나 다행히 산산조각으로 떨어지진 않고 

자동차 창문처럼 자기들끼리 대충 뭉쳐있는  정도? 그러나 일부 파편들은 바닥까지 튀었는데,  

바로 옆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어서 놀라긴 놀랐지만 

생각보다 침착한 내 자신이 신기했다.  

옆에 씻어두었던 샐러드안에 유리 조각이 튀어 들어가진 않았을까 싶어서 버리려다가 

다시 한번 잘 씻어서 먹기로 했다. 채소 손질 귀찮...ㅋㅋㅋ

 

아파트 관리팀에 연락을 했더니 관리팀에서는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 인덕션은 집 주인이 별도로 설치한거라서 아파트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이놈의 주인은 지금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에 어느 섬에 있는지 연락이 닿지 않아서 모든 연락을 계약했던 부동산으로 하고 있는데, 부동산 담당자에게 또 연락을 하게 되었다. 지겹다. 

부동산 담당자는 인덕션 업체에 연락을 했고 

부동산 담당자와 함께 내방한 인덕션 업체 직원은 폭발한 인덕션을 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너무 뜨거워서 터진거라고. 

이번엔 내가 폭발했다.

인덕션이 당연히 뜨겁지 그게 무슨소리냐며,

하루종일 사용한 것도 아니고 10분 정도 요리했다고 터질 정도면 이게 제대로 된 물건이냐고, 

내구성 거지같이 만들어놓고 사용한 사람 탓을 하면 말이 되는 소리냐고, 

알아서 회사에서 책임지라고, 

회사에서 책임진다 해도 나는 두려워서 다시는 요리를 못할 것 같다고,

트라우마 치료비까지 회사에서 받아야 할 지경(사실 전혀 아님ㅋ)이라고,

......

똑부러지게 말한 것 같지만 사실은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서 핸드폰을 들이댄거라 제대로 전달이 됐으려나. 하하핫

여튼 부동산 담당자는 나의 분노를 이해하는 것 같았고, 

결론은 집주인이 돈을 내고 인덕션을 바꿔주기로 했...

...으나 

2주 후에 다시 찾아온 부동산 담당자와 인덕션 업체 직원이 설치하는 것을 보아하니, 

......읭? 

그냥 유리판만 새걸로 바꾸고 있는뎁쇼? 

새로운 인덕션으로 설치해 주는 거 아니었어?

게다가 

인덕션 서비스 기간이 지나서 이번엔 집주인이 돈을 냈다면서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인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돠....?

이런 거지같은 경우를 봤나...

정말로

별의 별 일이 다 생기는 #외노자의삶 

그나저나 

유리판을 교체한 이후로 나는 주방에서 단 한번도 요리를 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배민이나 요기요를 단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우버이츠였나? 딱 한번 써봄) 

여기서 고젝 푸드랑 그랩 푸드의 편리함에 빠져서 맨날 로비로 음식 받으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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