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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Dec 10. 2023

발리나 가 볼까?

세상 사람들이 발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



 이번 주말에 발리 갈까? 

발리 가는 게 아니라 발리 가는 거다. 

여기에서 '-나'는 마음에 차지 않는 선택을 의미하는 보조사로 쓰였다. 


갈 데가 발리밖에 없다. 


아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갈 데는 엄청엄청 많지만 시간이 없다. 


메단Medan이나 또라자Toraja도 궁금하고 라부안 바조Labuan Bajo나 라자암팟Raja Ampat도 가보고 싶지만, 국내선임에도 불구하고 왕복 30-40만원이 넘는 비싼 항공료는 그렇다쳐도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2-3일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차 여행도 쾌적하고 좋은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족자(Jogja= Yogyakarta)만 해도 기차로 최소 4시간 반(편도)이 걸린다. 


발리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되고 미리 계획할 필요도 없으니, 주말에 잠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발리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왜 발리를 좋아하는가?

 

1년 4개월째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발리를 여섯번 다녀왔다. 여기 오기전에 발리 한달살이를 했던 것까지 합치면 일곱번이다. 


이제 좀 식상하다 싶다가도 막상 발리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우선, 옷을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좋다. 보수적으로 입는 자와섬과 달리 핫팬츠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고 등판을 내놓고 다녀도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다. 

길을 걷다보면 술집 입구에 돼지가 술병을 들고 있는 장식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걸 볼때면 웃음이 터지고 쾌감이 느껴지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는 느낌이다. 여기는 무슬림이 대다수라 돼지고기를 잘 안 먹고 편의점에 술도 팔지 않기 때문에 이상한 반발심이랄까? 나는 이런 것 때문에 발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오토바이 뒤에 앉아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 짱구Canggu의 골목을 헤쳐나갈 때면 역시 발리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네시아는 잘 몰라도 발리는 아는 사람들. 

전 세계 사람들이 발리, 발리 하는 이유는 뭘까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의 견해이기 때문에 논리적 근거는 없다.  




1. 발리 바이브

힌두교가 대다수인 발리에는 힌두 사원도 많고 종교 행사도 많아서 전통 끄바야kebaya를 입고 이마에는 쌀을 붙인채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사원의 제단이나 길거리 여기저기에는 짜낭 사리(canang sari, 꽃과 향, 과자 등이 담긴 손바닥만한 바구니로 신에게 바치는 공양)가 놓여져 있다.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만큼 외국인들에게는 그 풍경이 매우 이색적이고 신성하게 보인다. 

서퍼들이 하나 둘 모이며 시작된 관광지라 그런지, 채식과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서핑/요가 문화 특유의 히피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다. 

전통 문화와 힙스터 문화(히피인지 힙스터인지 모르겠지만)가 합쳐져서 발리만의 느낌을 자아낸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발리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꽤 매력적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2. 힐링되는 자연 환경 + 그 안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바다도 있고 산도 있다. 산이 있으니 그 안에 폭포도 있고 숲도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섬이다. 그만큼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발리하면 떠오르는 서핑과 요가는 물론이고, 서핑하는 바다다 보니 물 색깔이 아쉽다면 남부로 내려가면 된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태닝을 할 수 있다.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투명한 바다도 있다. 배를 타고 30분에서 2시간 정도 이동하여 취향에 맞는 섬에 가볼 수 있다. 등산도 할 수 있고 협곡 트레킹이나 래프팅도 할 수 있다.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록초록 계단식 논을 거닐거나 활화산 뷰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심심할까봐 숲이나 바다에서 원숭이도 출몰해 준다. 


3. 친절하고 안전한 관광지 

사람들이 나긋나긋 친절해서 기분이 좋고 다른 관광지에 비해 꽤 안전한 편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를 하기 때문에 눈이 마주치면 피해 버리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배로 친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관광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친절한 것도 있다.

편의 시설은 다 갖춰져 있으면서 관광지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매치기나 강력 범죄도 거의 없는 편이니 발리 공항에 써 있는 The last paradise in the world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4. 국제적인 입맛  

현지 음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다 있다. 

맛있는 커피와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을 수 있는 힙한 카페도 많고, 수준급의 이탈리아 음식점도 많고, 노을 지는 바다를 보며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멋진 비치클럽도 있다. 베트남의 포틴Pho Thin, 싱가포르의 야쿤 카야토스트, 일본의 코메다 커피 등등 유명한 식당 체인도 다 들어와 있으니 세상 모든 국가의 음식을 발리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하루에 다섯끼 정도를 먹어도 모자라다. 

현지 음식 플레이팅은 얼마나 예쁜지, 운치있는 나무 그릇에 색색의 열대 과일과 함께 담겨 나오는 스무디 볼은 발리 조식의 필수코스가 된 것 같다. 바나나 잎에 올려진 인니 음식들은 입도 즐겁지만 눈도 즐겁다. 사진도 잘 나오니 여행지로 최고이지 않을까? 

좀 과장하자면 수라바야 사람들은 멕시칸 음식을 먹기 위해 발리에 간다. 


5. 저렴한 물가 

한국에서 가는 비행기값만 비싸지, 일단 발리섬에 도착하고 나면 모든 것이 싸고 가성비가 좋다. 

발리에는 식당이나 숙소가 굉장히 많아 선택권이 넓으며 음식값도 저렴한 편이고 숙소비도 가성비가 매우 좋다. 2만원 짜리 게스트하우스를 가도 깔끔한 침구가 구비되어 있고 친절한 직원이 조식까지 갖다준다. 다른 나라에 비해 고급 호텔이 저렴한 편이라 큰 부담없이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대중교통이 부족하지만 차량 렌트비(기사 포함)나 택시비가 저렴하니 이동도 편리하다. 

저렴한 물가는 여행지의 가장 좋은 장점이지만 맨 마지막으로 쓴 이유는 다른 동남아 여행지 또한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리의 장점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이기는 하지만 항공편이 비싸고 애매해서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하늘길이 불편하기에,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발리를 찾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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