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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Sep 11. 2020

난청인 vs 농인

-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의 정체성을 돌아보다.

작가 소개에서 밝혔듯, 나는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에게 난청인과 농인을 구분하고 설명하는 것은 시간이 드는 일이고 또한 굳이 나누는 것 조차도 무의미해 보이는 일인 듯하다. 개념적으로 설명하자면 청각장애인은 난청인과 농인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개념적으로 나눌 순 있지만 어느 집단에 속하느냐를 나누는 것도 애매한 작업일 것이다. 주변의 청각장애인 지인들 중 누군가는 본인을 농인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경우는 난청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농인들은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수화를 일반적으로 쓰는 청각장애인 집단으로 볼 수 있다. 난청인은 귀가 조금 안 들려서 기능이 저하된 경우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 나이 들어 기능이 퇴화되거나 갑작스러운 이유로


어렸을 적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주변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없었고 일반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 자체를 못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 장애청년 드림팀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며 처음으로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 이를 받아들이고 난 후 나는 난청인인가 농인인가에 대한 소속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도 필요했다. 물론 나는 음성언어를 쓰며 자라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난청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나의 정체성은 정립했지만 그걸 비장애인들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난관이라면 난관이었다. 새롭게 만나게 된 누군가에게 ‘오 청각장애인이군요, 그럼 수화를 쓰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만나면 말도 잘하고 잘 알아듣는 모습을 보면 ‘당신 청각장애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치아 교정 한 줄 알았어요!’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받게 된다. 장애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비장애인의 경우, 특히 미디어를 통해서 수화만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접해 온 비장애인들에게 나는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요즘의 청각장애인들(특히 어렸을 적 인공와우수술을 받은 경우, 인공와우수술에 관해서는 다음에 얘기해보고 싶다)은 정말 의사소통을 매끄럽게 한다. 수술에 잘 적응하고 언어치료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어 그들과 소통해보면 그냥 귀에 뭔가를 착용했구나 정도의 느낌밖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어린 시절의 경우 언어치료가 잘 도입이 안되어있었고 정보도 부족했기 때문에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물론 엄마의 피나는 노력으로 음성언어를 배웠던 것에 늘 감사하다.) 청각장애인 사회에서도 소속감을 정하고 정체성을 나타내는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다.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부분이며 집단내의 소속감이 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소속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나는 법적으로 장애판정을 받은 장애인일 뿐이고 그저 장애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 꿈이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 황민아로서 소속감을 갖고 활동하는 것보다는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장애를 좌절의 대상이 아닌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으로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길이 누군가에게 조금의 희망이라도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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