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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Sep 14. 2020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작은 불편에 대하여

일상생활 속 청각장애인으로서 불편한 점은?

장애를 갖는다는 것은 일상생활 중에 무언가 불편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생활에 지장이 생길 만큼의 불편함이 있다곤 얘기할 순 없지만 삶 속에서 작은 불편들이 존재한다. 비장애인이라면 아마 전화 문제를 제일 먼저 떠올릴 듯 싶다. 전화는 청각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부분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을 강조하는 시대가 오면서 마주 보는 대면이 아닌 전화, 화상회의를 강조하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소통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다.


전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전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많이 온다. 최근에는 이러한 점들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킬 수 있는 배달앱, 네이버 예약 같은 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들도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전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들은 생각보다 많다. 전화로 하는 보험계약, 은행업무 같은 경우 본인 확인을 꼭 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곤 한다. 상담원들은 빠른 시간 내에 약관 내용을 속사포같이 설명하는데 어느 순간에 대답해야 하는지도 놓치기 일쑤다. 어린 시절 가족, 또는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전화에 크게 부담을 갖고 있진 않았는데 성인이 되어 전화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전화를 못하면 가장 불편한 점은 취업에 제약조건이 생긴다는 점이다. 구직활동을 하며 사무 위주로 업무를 찾다 보니 전화 가능 여부가 필수조건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장애인 채용의 경우에도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문화생활(영화, 공연)
일상 속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부분에 있어서도 꽤나 제약이 있다. 아무래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우 한글자막이 없는 한국영화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물론 가볍게 보기 좋은 코믹영화나 화면이 밝은 영화의 경우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시대극이나 화면이 어둡다거나 하는 경우 영화를 보는 것이 쉽진 않다. 외화는 자막이 있기 때문에 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배리어 프리’라고 하여 최신 개봉 영화를 한-두 달 정도 늦게 자막판으로 별도 상영하는 제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화 시대에 한두 달 지나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경우라면, 이미 이선균이 마지막에 죽는다는 것쯤은 주변의 스포를 통해서 한 달 내에 알 수 있지 않을까? 공연의 경우는 속도감과 실시간적인 요소로 인해 즐기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로 인해 일부 청각장애인들은 국내 3대 영화사를 상대로 ‘평등하게 영화를 볼 권리’를 내용으로 5년의 시간 동안 길고 긴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은 사업적인 이득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적은 숫자인 청각장애인 고객들을 위해 움직여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일본의 영화관에서는 스마트 글라스를 제공하여 자막을 제공한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의 외부 의사소통
코로나 이후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비장애인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마스크를 쓴 후 의사소통이 매끄럽지는 않다곤 하는데 난청인들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물론 나의 상황을 아는 이들에겐 양해를 구하고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던가 못 알아들었을 때 다시 알려달라고 하는 상황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마트, 병원, 가게 등에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병원의 경우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천천히 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용 전달이 원활하진 않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마트나 가게의 경우 시끄럽게 음악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 경우 점원들도 당황해하거나 답답함이 표정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해외에서는 입모양이 보이는 마스크를 개발했다거나 하는 뉴스를 접하곤 했지만 타인들이 마스크를 써줄 이유는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어려움을 적어봤는데 사실 그 외에도 살면서 느낀 어려움들은 더욱 많다. 학생들에게는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 현 상황이(자막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어려울 것이다. 나는 청각장애라는 유형의 장애인이지만 어느 장애인에게도 그 상황에 맞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겪는 상황은 청각장애인이어서 겪을 수도 있지만 사회에서의 장애인식 부족으로 인해 겪는 상황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각장애인만을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다.


 사회 전체적인 장애인 인식 개선,또한 기업에서
사회적 공헌 활동의 하나로서 단순히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에 대해 고민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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