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600도는 언제일까

풀랑크와 카푸스틴과 함께

by 윤슬


벚꽃이 개화하고 만개가 되는 시기를 예측할 때 600도의 법칙을 사용한다고 한다.

2월 1일부터의 최고기온을 모두 더한 온도가 600도가 되면 벚꽃이 핀다고.

꽃은 그렇게 추위를 지나서 땅의 온기를 먹고 새싹을 돋아내고 꽃을 피워내는데 600도를 차곡차곡 쌓은 후에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면, 지금 우리는 몇 도쯤 쌓아왔고, 어디쯤 머물고 있을까?

400도쯤? 혹은 300도쯤?

그렇게 생각하니 무언가 서글퍼졌다.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온도, 아직 피워내지 못한 꽃들.


그렇지만 문득 다른 생각도 들었다. 매 순간 일상의 기쁨을 발견하는 시선을 가진다면, 일순간에 600도는 어느 순간 팝콘처럼 터지고, 그러면 600도를 몇 번이고 자주 터트리는 봄꽃 같은 충만함을 일상속에서 누리지 않을까?


정호승 시인은 봄길에서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인생의 600도도 결국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로부터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채워가는 것. 우리는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찬 바람 속에서도 봄기운이 물씬 피어오르는 토요일, 산책을 하며 들었던 두 곡.


https://youtu.be/t5FxwPlP2fs?si=MqR-fn2KLeQuAMX6



Poulenc - Trio for Piano, Oboe, Bassoon:II.Andante: Andante Con Moto

Piano: Alexandre Tharaud, Oboe: Olivier Doise, Bassoon:Laurent Lefevre


풀랑크의 오보에와 바순을 위한 피아노 트리오곡이다. 오보에와 바순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개나리가 핀 풍경들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https://youtu.be/3PXVKcoOITk?si=BEiy_hlsN1OMS2G1



Kapustin - Eight Concert Etudes, Op. 40: VI. Pastorale: Allegro moderato



겨우내 잠들었던 모든 감각들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것만 같다. 봄이 되면 꼭 듣는 손열음 연주의 카푸스틴의 곡, Pastorale이다.




그리고 곧, 내게도 새로운 봄의 선율이 피어오를 것이다. 봄으로부터 나에게로, 나에게서 우리 모두에게로 고요히 퍼져나가 음악으로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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