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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6. 2024

3월의 봄밤을 고요하게 달래주는

브라질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 파울리뉴 노게이라


https://youtu.be/-h2l2ct1VK0?si=i9_NgXWfyvkI82p2


Paulinho Nogueira ‎– O Fino Do Violão Vol. 2


Label: Clack ‎– BR 33.073

Format: Vinyl, LP, Album

Country: Brazil

Released: 1980


어젯밤 이 앨범을 들으며 잠에 들었다.

첫 곡인 Gente Humilde가 시작되자 소박하고 정겨운 기타 솔로라는 따뜻한 이불을 들고 와서는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주며 잘 자라고 나의 밤을 포근히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다가 자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찾아 들은 이 앨범을 틀자마자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노란 등을 켜둔 채 금방 잠들었다.



“ 마음이 울적할 때 따뜻한 침대에 누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더는 힘들게 애쓰지 말고, 가을바람에 떠는 나뭇가지처럼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을 통째로 내맡기면 된다. 그런데 신기한 향기로 가득 찬 더 좋은 침대가 하나 있다. 다정하고, 속 깊고,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는 우리의 우정이다. 슬프거나 냉랭해질 때면, 나는 거기에 떨리는 내 마음을 눕힌다. “


- 마르셀 프루스트, '우정' 중에서



괜찮다고 그냥 그저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기타가 위안해 주는 기분이다. 내 마음이 저절로 눕혀졌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던 순간부터 사랑한 앨범이다. 이렇게 3월, 얼었던 땅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고 자연들이 비로소 봄을 만개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른 봄의 밤에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집 앞 산수유나무에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봄이 오려나보다. 언젠가부터 불면을 제일 잘하고, 숙면을 제일 못했는데 돌고 돌아 한계에 다다라서야 여러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일단 그렇게라도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우연히 꺼내 들은 듯 오랜만에 듣게 된 이 앨범도 ‘우정’ 산문시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의 끝에서 몸과 맘을 뉘일 수 있는 따뜻한 침대가 되어주는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브라질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파울리뉴 노게이라의 O Fino Do Violão Vol. 2인데, 아쉽지만 스트리밍 음원으로 발매된 상태는 아니다. 어느 분이 Vinyl음반을 유튜브에 올려주신 덕분에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맙게도.  Gente Humilde, Abismo De Rosas, Bachianinha이 곡들이 유독 더 좋다.  


오늘 밤도 이 앨범을 들으며 잠을 청할 것 같다. 오늘 소개한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듣게 될 분들에게도 따뜻한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파울리뉴 노게이라,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1929-2003)

브라질 대중음악을 정의하는 부드럽고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는 73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한 파울리뉴 노게이라가 주요한 기준점 중 하나입니다. 1970년 그의 최대 히트곡은 연주뿐만 아니라 노래도 불렀으며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로도 녹음된 메니나(Menina)였습니다. 비평가 주자 호멤 데 멜로는 노게이라 작곡의 비결이 소수의 뮤지션만이 간직하고 있는 고요함으로 브라질의 영혼을 묘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장 연주자이자 영향력 있는 교육자이자 기타와 하프시코드 사이의 작은 크기의 십자가인 크라비올라의 발명가였으며, 이 악기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유명한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의 손에도 들어갔을 정도였습니다.

노게이라의 경력은 1960년대 초중반의 보사노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르는 바로 이 장르입니다. 톰 조빔, 마르코스 발레, 바덴 파월 등이 출연했던 역사적인 TV 음악 쇼 '오 피노 다 보사'의 출연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음악 붐의 일원이었습니다. 노게이라의 정교한 하모니, 공명하는 나일론 현악기 음색, 보사노바 싱코페이션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상파울루 인근 캄피나스에서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재능을 드러냈습니다. 10대에 밴드에 가입했고 20대 초반에는 상파울루로 이주해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야행성 생활을 했습니다.

1958년 그는 솔로 기타 트랙으로 구성된 첫 번째 앨범을 녹음하여 독특한 사운드와 연주 스타일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그의 작곡은 주로 기악곡이었지만 1961년 '메니노, 데스 다이'라는 곡으로 첫 번째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이 곡으로 그는 TV 쇼를 통해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미 시인 비니시우스 데 모라이스와의 협업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토키뉴를 가르쳤으며, 1960년대 후반 보사노바의 국내 쇠퇴와 함께 새로운 기타 연주법을 개척하고 이에 관한 고전적인 책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수줍음이 많고 겸손한 그는 평생 동안 거의 1년에 한 앨범씩 가르치고 공연하고 녹음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음반은 2002년에 발매된 치코 부아르케의 커버곡을 담은 악기용 CD였습니다. 올해 그는 톰 조빔의 곡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50년 지기 아내 엘자는 그가 죽기 직전에 기타를 치고 있던 그의 옆에서 조빔의 곡 '트리스테(슬픈)'의 악보를 발견했습니다. 이 부부 사이에는 세 자녀가 있었습니다.        ⓒAlex Bellos by theguard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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