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근 십 년을 살아오며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오면 제일 먼저 하는 활동이 있다. 바로 동네 맛빵집을 찾는 것. 스트라스부르에서는 할아버지네 빵집(Au Pain de Mon Grand Père)을 좋아했었지만, 최고 맛있는 바게뜨는 기숙사에서 아침에 제공했던 바게뜨였다. 또 르망에서는 쇼핑거리 초입에 있던 빵집(La Gerbe d'Or)을, 리옹에서는 학교 근처에 있던 빵집(Boulangerie de la Martinière)과 집 근처에 있던 빵집(Maison Jolivet Père & Filles)을 자주 찾았었다.
내가 빵집을 고르는 첫째 기준은 무조건 바게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통 바게뜨. 버터를 발라 먹든, 치즈를 올려 먹든, 그냥 생으로 먹든, 너무 맛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바게뜨 하나를 통째로 먹어버릴 위험이 있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바게뜨. 그 뒤를 이어 크로와상이나 빵오쇼콜라, 다양한 케익들이 있다.
그러나 처음 마르세유에 도착했을 때, 과연 맛빵집을 찾을 수 있을까 깊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몇달 동안은 제대로 된 빵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는 빵집보다 피자집, 케밥집이 더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이국적이래도 프랑스는 프랑스였다. 마르세유 산 지 거진 3년이 되는 오늘날, 나는 꽤 많은 맛빵집을 찾았다. 그것도 각각 주특기가 다른 빵집이다. 토요일 아침 그중 한 곳에서 사 온 크로와상을 먹다 문득 이 경이로운 빵집들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예찬받을 자격이 있는 빵집들이다.
크로와상 맛빵집 // Atelier des Saveurs
헤뽀흐메 광장 구석에 있는 빵집. 바게뜨는 정말 별로지만 크로와상과 빵오쇼콜라는 정말 끝내준다. 버터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쫄깃하다 못해 꾸덕꾸덕하다. 따듯한 상태에서 먹으면 그 식감과 버터의 풍미를 더욱 짙게 느낄 수 있다. 토요일 아침 문득 그 맛에 감탄해 이 글을 쓰게 한 장본인.
바게뜨 맛빵집 1 // La Banettine
빨레드롱샴 근처에 있는 빵집. 우선 판매하시는 아주머니가 입을 쉬지 않고 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쉼 없이 말을 쏟아낸다. 이곳은 전통 바게뜨가 아주 제대로 된 맛집. 겉바속촉이 제대로다. 그 맛도 적당히 짜고 적당히 고소하다. 케익류는 다 먹어보지는 못했으나 눈에 띄는 것들이 몇몇 있어 조만간 시도할 예정.
바게뜨 맛빵집 2 // Le Pain de l'Opéra
구항구와 오페라 사이에 있는 빵집. 역시 겉바속촉 전통 바게트의 정석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에는 무난한 크로와상과 특출 난 빵스포흐티브가 있다. 스포츠 빵이라는 뜻이 궁금해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마 안에 내용물이 건강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렸다. 담백한 빵에 견과물과 특히 건포도가 잔뜩 들어있다. 아침식사로 자주 먹는다.
케익 맛빵집 // Bagatelle
꺈비에르 근처의 빵집. 이곳의 케익이 매우 특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저 내가 케익을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 곳이라 추가했다. 아직 내가 시도하지 못한 많은 케익집들이 서운해하지 않기를. 그래도 이곳의 케익은 만든 이의 노력과 열정이 묻어난다. 예를 들어 베이스로 깔리는 쿠키를 일반 사브레가 아닌 독특한 식감의 쿠키로 만든다든가, 버번 바닐라, 유자, 녹차 등등 특색 있는 재료를 사용해 크림을 만든다. 그리고 트히앙글 다망드라는, 세모난 페스츄리 빵 사이에 아몬드 반죽을 넣은 빵이 매우 훌륭하다. 프랑스 살이가 고될 때 사먹고 용기를 얻고는 한다.
빵꺙빠뉴 맛빵집 // Le Bar à Pain
여긴 정말이지 특별한 곳. 마르세유의 시민들이 극찬하는 곳. 헤뽀흐메 광장에 있고, 일반 프랑스 빵집과 달리 크로와상이나 바게뜨가 없다. 주메뉴는 장발장이 훔친 바로 그 빵, 빵 꺙빠뉴다. 기본부터 아몬드, 호두, 무화과 등등을 넣은 색다른 버전도 있다. 커다란 빵을 진열해놓고 손님이 원하는 크기만큼 자른 후 무게에 따라 돈을 받는다. 모든 빵 꺙빠뉴가 그러하듯 구수하지만 그 식감이 매우 촉촉하고, 밀도 또한 매우 높다. 이 외에도 코코넛쿠키, 브라우니, 시나몬롤, 모짜렐라 빵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도 맛있다. 점심에는 샌드위치와 피자도 파는데 맛은 그저 그런데도 순식간에 품절된다. 그리고 이곳의 모든 빵은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