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책을 만든다
독서 노트에 필사를 해야 하는 이유
이승에서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 이미 세상을 떠난 상인들도 책을 통해서는 만날 수 있다. 점심 식사 한 번 하는데 수십 억 하는 워렌 버핏도, 대기업 회장도 책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세상에 이보다 남는 장사가 있을까? 사람은 사람을 통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 늘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연히 조금씩은 발전할 수 있다. 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변하는 걸 느낀다. 예전의 나보다 조금 나아진 나를 발견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과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같은 세상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본다. 의식 수준이 높고 다양한 대화 소재가 있다. 난 교양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책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정신적으로 부자가 된다. 영혼이 풍족해진다. 남들과 다른 정신세계를 가질 수 있다. 책을 읽기만 해서는 별 의미가 없다. 아는 게 많아진다고 해도 별 가치가 없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격언이 있다. 그런데 이게 되려면 '책에서 배운 걸 실천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난 아는 걸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일단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요약한다. 읽은 후 사람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하고 그중 일부는 실천한다. 지금의 생활은 대부분 어디선가 본 것 중 가슴에 와닿은 걸 하나씩 실천할 결과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나만의 리추얼 만들기, 차 마시기, 짧은 거리는 가능한 걷기, 노동자처럼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 약속시간보다 15분 전에 가서 기다리기, 내가 말하기보다 질문을 던져 상대방이 말하게 하기, 저녁 약속은 가능한 잡지 않기, 대기업을 나와 대기업을 위해 일하기,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기, 내 지식의 일부를 다른 사람과 나누기, 엄격한 사람보다는 신선한 사람이 되기. 이렇게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책을 읽고 아는 바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 <고수의 독서법을 말하다> 한근태 저 / 필사
새벽 글쓰기 주제 : 책에서 깨달은 바를 직접 실천해보다가 내 습관이 된 경험
오늘 글쓰기 주제에 대해 쓸 소재가 없다. 나는 '책에서 깨달은 바를 직접 실천해보다가 습관이 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가장 바쁜 척 살고 있는 나는, 요즘 책 읽을 시간 조차 없다. 절대적 독서 시간이 확보되는 것부터 습관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에게 책을 읽은 후의 좋은 습관 장착하기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주제를 보니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다. 얼마 전 글쓰기 모임의 다른 분이 서평으로 추천하신 책이자, 내 서재에도 밑줄 흔적과 함께 꽂힌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정한 루틴을 길들이고 싶고, 올바른 습관을 몸에 장착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스테디셀러인 이 책은 나의 바로 직전 남자 친구이자 현재 남편의 선물로 읽게 된 책이다. 연애 시절 남자 친구의 선물이라니 최소한 읽는 시늉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몇 페이지 넘기게 되었는데, 부지불식간 이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글을 쓰는 도중에 나는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으로 읽어주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철학'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다 해도, 어떤 종류의 '경험칙'(관찰과 경험에서 얻은 법칙)과 같은 것은 얼마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은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의 신체를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누구나 공통적으로 잘 응용할 수 있는 범용성은 그다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것이 나라는 인간인 것이다.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저
책의 서문으로 2007년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글이다. 이 서문의 제목은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이다. 오늘 새벽은 이 책의 본문보다도 서문의 제목과 밑줄 친 내용들이 이끌린다. 아직은 책을 읽은 후 깨달은 바를 습관으로 옮겨본 경험은 없지만, 역으로 이 책을 통해 '(책으로) 좋은 습관을 체화하고 책을 써볼 수 있는 경험'에 대해서 간접 체험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슨 일이든지 품을 들이는 성격으로 글자로 써봄으로써 어떤 사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는 의미를 찾기 위해 손을 움직여서 문장들을 직접 써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한 축으로 하여 경험칙을 포함한 무언가를 글로 기록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통을 매일 기록하고, 그 안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정중하게 대하는 꽤 매너 있는 자세다. 지금 나에게 새벽 글쓰기가 습관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평생 이 습관을 가져가고 싶지는 않다. 이건 여러 글에서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자의적으로 택한 수고스러움이고 이 품을 들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것이 나라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중간에 그만둬도 되고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퉁명스러운 자존심일 수도, 쓸 때 없는 오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순수히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일이다.
달리기든 글쓰기이든 그 무엇이든지 간에 옹고집처럼 매일 특정한 일을 반복하면, 반복은 습관을 만들 것이다. 습관을 기록하면 글이 되고, 그 글은 책이 된다. 이처럼 오늘의 글감은 역으로 생각하는 것이 좀 더 나았다. 나에게도 고집부려하고 싶은 습관 하나쯤은 몸에 장착하고 싶다. 기왕이면 몸을 쓰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이 내면과 외면을 골고루 성장하게 할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하는 그 성스러운 체벌이 글로 기록되어, 출판사 직원의 마음을 훔쳤으면 하는 작은 욕심도 있다.
책을 읽고 깨달은 무언가를 습관으로 만드는 그런 현자가 못된다면, 내가 택한 습관이 책이 될 수 있는 승자가 되고 싶다.
- 공복 글쓰기 / 조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