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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돌아온 시쓰기

나의 우주

by 엄호준

일인극


지독한 연기에 휩싸인 극장

무관중의 외로운 일인극

대본 속의 즉흥극

대본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본에 벗어나는 대사는 나오지 않지


배우이자 관객이며 극장인 현실에 미쳐

가끔은 골을 가득 채우듯 연기를 들이마시며 잊는다

가끔 고개를 들어보면

지독한 연기 뒷편 음침한 미소가 보이는 듯


알면서도 웃고 운다

이건 연기인가 아닌가

질문은 연기처럼 잡히지 않고

결국은 마음에 달렸다 하네

마음마저 대본인 것에 절망한다

절망할 필요가 있나?

절망적인 이 극단이 내 전부인데

내 전부를 절망하기에는

그 바깥을 모르지 않는가

그 바깥은 내가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바깥으로 극장의 간판을 보러 나가볼까

나가는 길은 없다네

내가 입구이자 출구라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활짝 웃으며 입장표를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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