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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호준 Jan 08. 2020

지극히 평범한, 엄청나게 특별한

문과생이 바라본 교양과학

 



지구라는 행성은 생명이 탄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우주에서 상당히 특이한 행성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에 부합해야 했다. 우선 태양계가 은하게 중심부도, 주변부도 아닌 적당한 위치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블랙홀과 초신성의 영향을 피하면서도 생명에 필수적인 CHON원소들을 획득 할 수 있었다. 또한 태양계 내에서도 생명이 존재하기에 가장 좋은 3번째 궤도에 자리 잡았으며, 이는 생명의 출현에 알맞은 온도를 제공해 주었다. 이외에도 지구의 ‘특별함’을 따지자면 셀 수 도 없을 만큼 많다. 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소행성이 생명에 필요한 물과 유기물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지구는 지금 인간 외 수많은 종이 거주하고 있는 별과 사뭇 다른 장소가 되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희귀한 특성들을 지녔다고 해서 지구가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특별함’이란 객관적인 특별함을 의미한다.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기 위해서는 기존 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며 그것이 의도가 가치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구는 우주의 다른 행성들이 생성되는 것과 비슷하게 생성되었으며 생성과정에서 어떤 존재의 의도나 가치관이 개입되었다는 증거가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토대로 보았을 때 지구는 객관적으로 특별한 행성은 아니다.



 또한 ‘생명체에 최적’ 이라는 의미도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관점에서 당연히 생명체에 최적인 행성은 지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꼭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다는 가정은 지나치게 지구중심적이다. 지구만 봐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이 있고, 메탄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있는데 우주 전체에는 이보다 더 인간 입장에서 이상한 생명체들이 존재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지구 생명체처럼 탄소 기반이 아닌 규소 기반의 생명체, 아니면 메탄을 호흡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따라서 지구생명체에게는 생명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행성들도 실제로는 생명이 풍부한 행성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지구라는 행성이 전 우주에서 엄청나게 희귀한 행성이라는 것이다. 현재 지구가 경험한 모든 사건의 확률을 곱해본다면 그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울 것이다. 우주의 시작에서 지구의 탄생과 생명의 출현까지 지구는 수많은 좁은 관문을 통과하여 생명을 잉태해냈다. 결국, 지구는 우주 전체에서 객관적으로 특별한 행성을 아니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들과 인간에게는 기적과 같은 특별하고 소중한 고향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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