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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호준 Jan 08. 2020

경제의 생물학

문과생이 바라본 교양과학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한 이래 주류 과학계에서 진화론은 현재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왜 지금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최초에 깊은 바다 밑에서 단세포 원핵 생물로 시작했던 지구의 생명이 현재 인간과 같은 복잡한 생명체로 바뀔 수 있었던 과정을 진화론은 실증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해낸다.



 그러나 진화론 자체를 동의하는 사람들도 진화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진화라는 개념은 ‘발전’ 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명백히 다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많은 동물들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기관들을 진화의 과정을 통해 퇴보시킨다. 두더지는 자신의 눈을 퇴화시켰고, 고래는 바다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다리를 퇴화시켰다. 이를 통해 진화가 단순히 신체 기관들의 발전으로 이해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화를 발전과 더 잘 연관시키는 설명은 진화가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에 보다 더 적응하기 위해 발전하는 과정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선택이라는 지극히 냉정한 원리에 의해서 행해진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조금 더 잘 적응한 개체는 자신의 자손을 낳아 유전자를 후대에 전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매정한 자연선택을 거쳐 진화는 생명체를 그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게끔 탈바꿈시켜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수록, 진화란 인간 사회의 변화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그러하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과 같이 개별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해주고 싶은 욕구만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그 종을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개체의 이러한 진화는 그 종이 갖고 있는 제약 조건을 벗어날 수는 없고, 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비효율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시장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실제로 경제학의 많은 개념들은 생물학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들이다.



 현재 경제학은 케인즈 혁명 이후 시장경제에서 실패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 된다는 측과 시장이 스스로 비효율성을 치유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측의 팽팽한 논쟁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는 생물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은 이제 게놈 사업을 통해 생명체들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생명체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있는 결정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간은, 우리는 진화에 개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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