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쓴 육아서가 5월에 출간된다.
책을 쓸 때의 마음을, 지금이 아니면 기록하지 못할 것 같아서 써본다.
작년 4월, 여기저기 봄꽃이 피던 이맘때였다.
코로나로 기관을 제대로 다니지 못하던 아이들이 드디어 학교와 유치원을 갔고, 그간 갖지 못했던 내 시간을 돌려받기라도 하는 듯 매일 3,4시간씩 여유시간이 생겼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걷다가, 문득 아이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꽃도 추위를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나만 계속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 둘을 키워낸 9년의 시간이 무용한 것이 아니었음을, 나도 성장했음을 무언가로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이 울컥 솟아났다. 소비로 나를 증명하는 시기는 지났다 생각했다. 쇼핑을 하고, 맛집을 가도 무언가 마음이 공허했다. 나도 무언가를 생산하고 싶다는 열망. 내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무작정 써보기 시작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던 때였다. 왜 하필 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도전하기 가장 쉬워보이는 일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기만 하면 됐으니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내게 주어진 시간과 나의 노력만 있으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앉아서 그저 썼다.
아마, 그때의 나는 쓰고 싶다는 마음을 예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침 가입한 글쓰기 모임은 나의 그런 마음에 불을 지펴주었다. 지정된 도서들을 읽고,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나도 쓸 수 있다는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걸 느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차고 넘치도록 내 마음을 예열했던 순간들.
그렇게, 내 마음 가는 대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육아에 대한 여러 가지 소재들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몇 꼭지를 썼다. 책쓰기 아카데미나 학원 등을 통해 쓰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었으므로, 누군가 조언해줄 사람도 없었다. 그랬지만 너무 훌륭한 글이 완성되었다….
라는 반전은 없었다. 내가 읽어도 영 맛이 안나는 밍숭맹숭한 글이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먼저 책을 쓴 선배 작가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언니와 만나 책쓰기 과정, 요령을 듣고 집에 돌아와 썼던 꼭지들을 몽땅 삭제했다. 그리고, 육아서를 30권 넘게 읽었다. 중고서점에서 구한 책,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북 가리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비슷하게나마 맛을 낸다는 말처럼, 잘 쓴 책을 읽어보니 책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감이 조금 왔다. 그리고 내 책에 맞는 키워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조금 더 맛깔스럽게 보이게 하는 육수 같은 역할이라고나 할까.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목차를 다시 짰고, 거기에 나의 생각들과 여러 연구, 이론들을 덧붙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짬짬이 육아 단상을 기록했던 메모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요리 하기 전 레시피를 연구하고, 재료를 다듬는 일이 요리의 반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처럼, 책쓰기 역시 원고를 쓰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소재를 찾고 다듬어 목차를 짰다면 이미 반은 온 것이다. 이후에는 그 마음으로 쓰면 된다. 내가 마음을 다하고 있는 이것이 책이라는 물성으로 현실화 되지 않으면 내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마음만 경계하면 된다. 어떤 주제이든, 한 주제로 20~30꼭지를 써보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예전보다 훨씬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되는 것이지, 꼭 출판사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아줘야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고, 투고하고, 계약하게 된 이야기는 다음 글로 써보고자 한다. 책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과 내가 뭔데 책을 쓸 수 있겠어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