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쓰기보다 힘들었던 투고와 그 뒷이야기들
책을 쓰기로 마음 먹고, 자료 조사를 5주 정도 했다. 갈급한 자가 물을 찾듯 성마른 마음에 책을 들이붓는 기간이었다. 아이 둘을 키운 엄마이기에, 객관성이 보장되려면 이론이나 연구자료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관련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한 꼭지에서 많게는 두 꼭지까지. 새벽 시간을 활용하고, 아이들이 기관에 간 짜투리 시간을 그러모아 썼다. 6주 정도를 쓰니 35꼭지 정도가 나왔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도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만큼 엉성하고 서툴다는 뜻이리. 거칠고 울퉁불퉁한 초고를 붙잡고 수정 작업을 했다. 그냥 돌이 아니라 깎으면 아름다워지는 원석이 되길 바라며.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길 바라며.
돌이켜 생각하면, 원고 쓰는 기간은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마음은 충만했던 것 같다. 소위 그분이 오셨다는 표현이 걸맞을 만큼, 하고 싶었던 말들을 토해내면서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
매일 몇 시간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체력이 딸리고, 내 글의 방향성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바가 없으니 막막한 마음은 들었지만 막연한 생각들이 활자로, 문장으로, 문단으로 완성될 때는 희열마저 들었다.
그렇게, 부족한 원고를 마무리하고 투고하기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육아서를 한 권이라도 출판한 출판사의 이메일을 수집하고, 마구잡이로 이메일을 넣었다. 투고를 하고 나면, 2-3일 내에 메일이 오기 시작한다.
대형 출판사는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검토 후 회신드리겠습니다” 라는 자동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작은 출판사일수록 검토와 회신이 빠르다.
새로운 메일이 와서 떨리는 마음에 클릭하면, 대부분은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 달라 저희가 출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귀한 원고를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출판사와 인연을 맺으시길 바랍니다.” 하는 완곡한 거절이었다.
누군가는 투고하자마자 계약하자는 전화에, 메일이 빗발쳤다는데.
나는 역시 아직 부족하구나.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러다 걸려온 한통의 전화
나이 지긋한 남자 분의 목소리였다
“최민아 작가님 되십니까? 보내주신 원고 잘 읽었습니다.”
드디어, 연락이 온건가
하는 생각에 두근두근 마음이 뛰었다.
그런데 통화를 할수록 뭔가가 이상했다.
“육아하면서 느낀 점을 진정성 있게 잘 써주셨네요. 그런데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사진도 넣구요.”
“아.. 그렇군요.”
내가 생각하는 육아서의 형식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제안한 사장님의 말을 듣고도, 싫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말을 듣고 나는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저희랑 계약을 하시면 1500부를 찍고, 그중에 200부 정도는 작가님이 매입을 해주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자비 출판’을 하자는 거였다. 기획 출판이 아닌. 작가가 일부 비용을 들여 출판하는 형태의.
그렇게, 자비 출판을 제안하는 몇군데를 거절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계속 됐다. 그 사이에도 계속 들어오는 “저희와 출간 방향이 달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는 자동 ARS 같은 메일들...
안되나보다.
그래 어차피 돈을 들인 것도 아니고, 내 시간이랑 체력만 쓴거니까 손해보는 일은 아니었어.
라고 체념하려고 할 때,
지금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진행된 계약, 교정.. 출간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출간 방향이 달라 함께 할 수 없다는 말은 진짜 였던 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를 너무 잘 하지만, 소속사와의 색깔이 달라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갈수 없습니다.” 하며
데려가지 않는 경우를 볼수 있듯이 말이다.
안테나는 안테나만의 색깔이 있고, JYP는 JYP만의 색깔이 있는 것처럼
출판사들도 자신의 색깔에 맞는 원고와 계약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혹여라도 투고라는 문 앞에서 실망하고 있다면 다른 문을 두드려보자
나와 결이 맞는 다른 출판사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그렇게,
2022년 5월 30일자로 나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수많은 육아서들 가운데 (심지어 오은영 선생님이 비슷한 시기에 신간을 내셨다고...ㅜㅜ)
초보작가인 내 목소리가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서, 쓸 수 있었던 나의 책.
“완벽한 엄마는 없다” 가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질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