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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May 03. 2023

산후 조리원.. 아니 출간 조리원이 필요해.

출간은 출산이다 4. 출간 직후 일어난 일들

"어머, 이 산모님은 모범생이시네. 여기서 가르칠 게 없어요."


첫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갔을 때, 조리원 원장님이 했던 말이에요.

산모를 모범생과 열등생으로 가르는 기준... 그것은 모유의 양과 아기가 엄마 젖을 얼마나 잘 빠느냐에 달려있어요. 엄마가 조리원 밖에서 쌓았던 사회적/경제적 지위, 받은 교육 등을 뛰어넘는 "모유"의 힘!

저라는 엄마는 아이가 제왕절개를 받은 대신, 병원에서부터 최대한 모자동실을 하며 모유 먹이기에 힘썼기에 조리원에 가서 "모범생"에 등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엄마 젖을 잘 빨아준 것도 있고, 모유 양이 넉넉했던 덕분이었죠. 조리원 이라는 특수한 세계에서는 엄마가 모유양이 많고, 아이가 그걸 먹고 잘 크는게(=참젖이라는 증빙!) 중요한 척도였어요.

출산과는 달리 출간의 경우 조리원 같은 것은 당연히 없어서 내가 낳은 책이 잘 클 것인지 아닐지는 부딪혀봐야 알게 됩니다. 하지만, 출간계에도 당연히 참젖을 먹고 잘 자란 우량아 같은 책의 떡잎은 보이는 법. 만약 출간에도 조리원이 있다면 모범생과 열등생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요.


그것은 바로, 저자의 인지도와 출판사의 마케팅비용이 아닐까 합니다.

대한민국 성인이 한달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시대.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 같은 영상에 기대어 '쉼'을 택하는 시대에, 서점에 나란히 늘어선 책 한권 중에 '간택'을 당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을 많은 저자들은 간과하곤 하죠. 내 눈에 예쁜 내 책이니 당연히 인기가 많으려니. 잘되려니 막연히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모든 아기들이 우량아 선발대회(요즘은 이런 대회가 없겠지만.. 딱히 비유하기가 쉽지 않아서 굳이 이것을 예로 들어봅니다)에서 수상하는 것은 아니듯, 세상에 나오는 수많은 책 중에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출간에도 조리원이 있다면

저자가 유명하고 (작가로서의 명망,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인 경우에는 출판사가 먼저 출간을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출판사가 주력 도서로 밀어주는 경우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책 홍보를 팍팍해준다고 해요. 제 경우는 아니라서 잘은 모름ㅎㅎ)에는 모유가 팡팡 솟구치는 산모에게 태어난 아기처럼 가열찬 성장이 예고되어 있는 것입니다.


제 책의 경우 출판사에서 오프라인 매대에 책을 열심히 진열해주었고 (이것만으로도 마케팅 비용이 꽤 들어가기에, 무명 작가에게는 고마운 일이죠), 표지는 핫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으로 꾸며주었으며, 서평단을 위한 도서도 제공해주었기에, 출판사로서는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 새끼 더 잘 되게 하기 위한 마음은 끝이 없는 것인지 아쉬움도 남아요. 출산이 처음인 엄마들을 위해 모유 먹이는 법, 아기 다루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는 조리원처럼 내 책을 더 잘 다루는 방법 등을 출판사에서 가르쳐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말입니다.


책은 나왔고, 뭣모르고 어버버 어버버 하다보니 시간은 흘러가버렸습니다.

출간 직후 어리버리 했던 기억이 아쉬워 이런 글을 썼지만,

이것 하나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 아이가 우량아가 아니라도 내 눈에는 보석같은 존재이듯,

내 책이 알려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도 내 눈에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요.


이제 출산 이후 육아가 남은 것 처럼

출간 직후 책을 키우는 일이 남았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책을 키우는 초보작가의 이야기는 다음 글로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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