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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Apr 27. 2023

초보가 왕초보에게

한 권의 책을 출간하고 출간작가가 되고 나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배우고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빈약하기만 할 한 사람의 고백과도 같은 글보다는 여러 명의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여 책을 1권씩 출간한 작가님들 3명과 함께 브런치매거진에 우리들의 출간기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하고픈 말들을 토해내듯 원고 쓰기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 다른 고민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다지 전문적이지 못할 내용임은 애초부터 당연한 부분이었으나, 이런 기록들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스스로의 글에 대한 의구심이 자꾸 생기는 거다.


처음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혹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주제를 정하고 쓰기 시작했지만, 왠지 쓰면 쓸수록  글들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쓰다 보니 이상하게 작법서가 되는 것 같고, 쓰다 보니 이상하게 출간방법에 대해 쓰고 있다.

작법서를 쓰기에는 나는 그리 글을 잘 쓰는 전문작가가 아닌 게 문제고, 출간방법들에 대해 쓰기에는 나는 출판사와 관련된 사람들에 비해 내가 제시하는 정보들은 비교할 바도 못 될 것 같기에 문제인 거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본다.

나는 이 글을 왜 쓰는 것일까.

나는 약 8개월 전에 첫 책을 낸 초보작가다.

아무것도 몰랐던 왕초보 시절에 원고량을 맞추고 투고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계약을 진행하고 퇴고를 하고 출간을 하고 홍보를 해 나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궁금했고, 내가 한 선택이 합당한가를 늘 고민하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책이 나온 후 8개월이 지난 오늘, 직장에 나와 컴퓨터를 켬과 동시에 '예스 24'와 '알라딘'에 들어가 내 책순위를 확인하며 아침을 시작하는 나의 새로 생긴 루틴들까지.

이렇게 아직 초보작가기에, 초보작가만이 느끼는 하루하루의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퇴고부터 출간 홍보까지 아직 많은 기간 느꼈던 일들을 써나가야 하지만, 이 글의 정당성을 스스로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그리고 퇴고부터 밀어닥칠 출판사에 대한 서운함.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언급한 약속들은 이뤄지지 않았고, 되돌아보면 '이 출판사가 참 영업을 잘했구나.'라는 생각과, 어쩌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판단될 정도로 힘든 감정을 느끼게 했던 출판사에 대한 나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해야 함에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런 출판사를 선택한 나를 탓해야지... 하지만 초보이기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직도 조금 고민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출간을 목표로 한다면 당연히 출판사들과의 인연은 필수인데 이런 거 하나하나 그렇게 서운해하고 꼬집어 드는 나를 어느 출판사에서 반겨줄까.

괜히 잘 쓰지도 못한 원고로 너무 까다롭다며 미운털 박히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아직 4년이나 남은 출판사와의 계약에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토해내고 싶은 마음과 삼켜야 하는 양감정 사이에서 아직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잊힐 마음들.

고스란히 날 것 그대로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무모한듯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내가 느끼는 마음들을 고스란히 적어볼까 한다.

초보만이 쓸 수 있는, 초보작가이기에 가능한 글을.

이런 글이 불러올 영향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조금은 무식하게 용감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러나 저러나 이 작은 글 하나가 별로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을 것 같기에 일단 되는대로 솔직하게 써본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또 다른 책을 출간해야 할 나에게도 지침서가 되길 바라고,

이런 디테일한 것들까지 얘기하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내가 알기로는) 작은 부분들이나마 출간을 목표로 하는 누군가에게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로 남겨지길 바란다.


그것으로 이 글이 누군가에겐 쓰임이 되는 글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초보의 마음으로 왕초보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라도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초보가 왕초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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