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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Jun 13. 2023

출간의 기쁨과 슬픔

출간은 출산이다 7. 출간 후 찾아오는 감정들

아이를 낳고나서, 여러 면에서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신체적인 변화가 먼저였어요.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보니 느껴지는 고통과 축늘어진 살들. 그리고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체력으로 인한 반갑지 않은 변화들. 조금만 움직여도 식은 땀이 뻘뻘났고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 않았던 컨디션들로 인해 금세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감정의 롤러코스터. 아이가 너무너무 예뻐서, 내가 태어나서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이라는 것이라는 확신으로 마음이 충만하다가도, 순식간에 얼굴이 터져라 빽빽 울어대는 아이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시간들.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에 수도 없이 맞닥뜨린 기쁨과 슬픔의 골짜기들. 그 골짜기들은 출산 전에 겪었던 감정의 폭에 비해 너무나 깊어서 저는 그 골짜기를 넘나들며 누구보다 행복했고 누구보다 힘겨웠었어요.


출간 역시,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찾아오더군요.

내가 하나하나 배열한 활자들이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졌다는 기쁨은 잠시

이 책을 잘 키워내야 한다는,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이 저를 짓누르는 듯했습니다. (초판으로 찍은 2000권이라는 수량이 저를 짓눌렀지요ㅎㅎ)


책 한권 낸 사람. 그 전에 엄마로 10년을 살아온 사람. 다시 이름을 겨우 되찾았지만 너무나 미약한 내 이름의 무게. 그런 것을 알면서도 책 한권을 알리기 위해 나름으로 동분서주 했던 시간들.


책친구 한분을 통해 제 책을 독서모임에 지원하고자 했지만, 그 모임 리더분이 제 책을 읽어주는 대신 원고료를 달라고 하셨고 그렇게 책을 지원하더라도 제 책이 부족할 경우 모임에서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하기도 했어요. 지나친 결벽증인지도 모르겠지만, 원고료를 주면서까지 제 책을 읽어주십사 건네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인플루언서분은 댓글을 더 달아주셔야 책을 읽어주시겠다고 했던 분도 있었어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워낙 책을 읽어달라는 분이 많으니 그분은 나름의 그런 기준을 세우셔야만 했을 거라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제 책에만 몰입이 되어있었으니 그 분의 그런 대응이 서운하기만 했지요..)  


제가 마침 육아서를 낸 시기는 육아계의 아이콘, 오은영 선생님이 몇년만에 신작을 낸 때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기 위해 육아서 한권을 사러갔는데 초보작가의 책과 오은영 선생님 책이 나란히 놓여있다.. 저라도 오은영 선생님 책을 샀을 것 같습니다ㅎㅎ


그런 시간들을 거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어요.

저의 작은 인스타, 블로그를 통해 구매인증 이벤트, 희망도서 신청 이벤트 등을 열고 개인적으로 서평단도 진행했고 책친구의 도움으로 유튜브에도 출연했지요^^  책친구가 제 책으로 독서모임도 마련해주고 그 독서모임으로 유튜브도 촬영을 했던,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https://youtu.be/aF1kiYAnXY4


또 다른 지인의 소개로, 네이버 팟캐스트 <파블로를 읽어요- 김선희의 사람책>에도 초대를 받아 김선희 작가님과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팟캐스트도 녹음을 해보았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출간을 했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았다면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을 출간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런 노력들이 가상했던 걸까요.  제 책은 육아분야 알라딘 8위에 랭크되기도 했고, 네이버 도서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기도 했어요. 물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요.


이 모든 일들이 1년이 지난 지금에는 꿈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낸 후 가장 큰 깨달음은,

책은 혼자 쓰지만 책이 만들어지고, 읽는 사람들에게 가닿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혹여 오탈자가 있는지,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없는지 저와 함께 호흡하며 활자들을 매만져준 편집자님, 책표지를 위트있게 그려준 일러스트레이터님, 서점에 책을 진열하게끔 도와주신 출판사 관련자분들과 서점직원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책을 구매해서 읽어준 분들까지. 그 분들이 있었기에 초보 작가가 기쁨과 슬픔이라는 롤러코스터를 끝까지 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들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그때 당시 가끔 어지럽고 메스껍고 힘겹기도 했거든요. 꼭 나를 드러내야 하는 걸까, 꼭 그래야 한다면 얼마만큼 드러내야하는 걸까. 그러면 책이 알려질까. 하는 아무도 제게 건네지 않은 질문들을 혼자 하곤 했던 시간들이었어서요.


또 다시 그런 기회가 올까요?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두명, 세명 낳는 분들도 계시니까. 저도 책을 두권, 세권 낳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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