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은 출산이다 8. 미래의 작가님께
출간은 출산이다 라는 부제 아래, 초보작가의 출간기를 연재해왔습니다.
이제 이 시리즈의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출간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마음가짐, 원고쓰기, 투고와 계약, 출간후 홍보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그저 책을 한권 낸 사람의 입장에서 쓴 글들이 읽는 분들께 어떤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함께 매거진을 쓴 저희 세사람이 초보 작가이기에 할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김영하, 정세랑, 김초엽 등 유명 작가님이 하는 이야기와는 무게도 깊이도 다르겠지만, 책 한권만 내본 사람이기에 책 한권 내보지 못한 사람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해줄수도 있다고 믿어요.
사실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저의 삶이 크게 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간 전보다 조금은 깊이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이를 낳기 전과 후가 다르고, 아이를 낳기 전으론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것 처럼요. 그런데 왜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책을 썼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책쓰는 과정은 결국 저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구요. 책을 쓰기 전에 저는 굉장히 큰 우울감과 무력감, 불안감에 시달려왔어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직장도 그만뒀는데, 나는 좋은 엄마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
아이들과 함께이고 싶으면서도 함께일때 힘겹고 짜증이 나는 그런 상황들이 버거운 나 자신이 싫은 마음.
그런 부정적인 마음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개인적인 육아 경험에 전문가들의 이론과 실험등을 녹여 제 책을 쓰면서 저는 비로소 육아에 묶여있었던 10년간의 저를 해방 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고에 저의 감정과 경험들을 녹이면서 저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어요. 그래, 네가 힘들었구나. 그때 네가 느낀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네 마음들이 이런 모양새였구나. 하며 저의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들이 활자가 된 것을 보며, 그 활자들이 책이 되는 과정에서 치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출간 후 "육아하던 나의 마음들이 300페이지로 만져지는구나" 하며 안도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읽은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 이라는 책에도 그런 구절이 나와요.
'그 장면'을 쓰려 할 때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동요, 허기, 절박함, 떨림, 슬픔의 이유를 알았다. 고발이 아니라, 표현 욕구가 아니라, 나는 떨어내고 싶어서 쓰는 거다. 쓴다는 건 벗어나는 일, 변태 후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일이다.
떨어내고 싶어서 쓰는 글. 쓰기전에 손에 잡히지 않았던 감정과 지난 시간들이 글이 되고 나서야 그것들을 어루만질 수 있게 되기에, 쓰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 쓴다는 것은 그런게 아닐까요. 사실 이 매거진 역시 그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내 책에 대한 글들을 쓰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거기에 얽힌 미련과 후회와 감사함 등의 감정도 보내게 됩니다. 잘가, 내 첫 책. 고마웠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 책이 읽는 사람의 감정도 어루만질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겠지요. 나의 생각조각들이 그득한 책을 읽고, 누군가는 그 생각조각으로 위안을 받고 힘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요.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조각을 퍼즐 맞추듯 이리 저리 끼워보세요. 그리고 이런 저런 문장으로 써보는겁니다. 당신의 출산을, 아니 출간을 기다리며, 이 매거진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