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책을 편집하는 일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고,
'읽는 법을 잊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독한 슬럼프를 겪었을 때,
결국 6개월간 독서를 끊어야 했다.
그렇지만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
책은 '죄책감'을 건드리며 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책에 신물이 났던 것도,
그럼에도 옆집 빨랫감을 훔쳐보는 사람처럼
흘깃흘깃 책 동네에 관심을 보낸 것도,
책에 대한 거리감이 그리움이 된 것도
사실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 없이는 거리감이 의미가 없다.
책과 나 사이에 통풍이 필요했을 뿐,
그럴수록 혹시나 책의 세계에 회귀하고 싶어질 때 처음으로 집게 될
첫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새로움과 변화 앞에서 읽는 것들 또한 변화한다는 것을,
의무감에 했던 독서에 숨이 막혀 있다가
책을 더 잘 읽기 위해 책을 읽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
책에 대한 사랑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오늘 아침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