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지만 따라가지는 않는다

어느 한 길냥이가 인간들과 오랫동안 상생하는 지혜

by 변민아

*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 동네(당시 나는 일산에 살고 있었다)에는 명물로 불리는 길고양이가 있다.


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SNS에 개인 계정을 갖고 있고(사실 내가 만들었다), 여러 신화가 난무하며(성별 논란까지 있다), 이 근처를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밖에 없고 한 번 이상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목에 떡하니 자리 잡으며 살고 있다. 혹자는 그 아이가 10년 전부터 그곳에 있었다고 하니, ‘길냥이’라고 하기엔 상위 레벨이다.


길냥이는 계속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노마드 생을 살기 때문이다. 이 길냥이는 참 특이하게도 한 곳에 완전히 ‘정착’했다. 유목하며 살던 인류가 농사를 짓고 정착하기 시작하며 진화했다는 설을 직접 목격하는 느낌이다. 야생 고양이라고 하기엔 이미 길들여져 있으며, 완전히 길들여져 있다고 하기엔 생존능력이 탁월하다.


길냥이는 길을 돌아다녀야 하니, 땅냥이가 맞으려나.

그 아이는 실제 그 넓은 공간이 원래 자기 땅인 양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길냥이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

보통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개냥이’라고 부르는데,

이 아이는 개냥이도, 그렇다고 흔한 길냥이도 아니다.

‘언제나 자기를 만지는 걸 허락하지만’ 결코 사람 앞에서 재롱을 부리지 않는다.

그 땅에서 대장이므로 늘 다른 냥이들을 부리며 사는데,

사람은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 마치 그것이 자기 철칙인 양.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기보다 상생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인간이 좋아해주는 행동을 해주며 자신의 ‘최소한’을 양보한 느낌이다.


리더십 또한 투철하여

2인자로 들어온 냥이는 이 대장냥이를 따라 하며 큰다.

잘못했을 때는 응징을, 잘했을 때는 후하게 칭찬을 해준다.


고양이 패밀리의 대장이

거의 매일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턱하니 엎드려 있으니,

이 공동체에 들어온 고양이들도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개중에는 가까이 가면 도망가는 아이도 있고,

가까이 있을 때는 오히려 만지게 하다가 갑자기 도망가는 아이가 있고,

만져도 가만히 있는 아이도 있다.

공통점은 사람을 경계하는 태도나 눈빛 자체가 없다.

이런 풍토는 이 대장냥이가 만든 것이다.


이 길고양이의 생존 원칙에는 배울 점이 많다.


“따르지만 따라가지 않는다.”


이는 정말 지혜로운 처세다.

(원칙을) 따르지만 따라가지 않는다.

(부모를) 따르지만 따라가지 않는다.


서른넷이 되어보니,

이런 자세야말로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닌,

일부 사회적 자아를 인정하고 실행하는 진정한 ‘개썅마이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상대의 여행을 존중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