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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아 Dec 11. 2020

장르분석 과제로 영화 <그녀Her>를 선정한 이유


*본 매거진은 서울사어비대학교의 '장르문학의 이론과 실제'라는 수업의 중간고사 과제로 제출했던 리포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서울사이버대학교의 한국어문화학과 학업을 병행하여 5학기를 다닌 후 2020년 8월에 졸업하였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수업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자기계발서를 만들어온 저에게 '장르SF'를 통해 영화를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유의미한 챌린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브런치에 저의 아카이브를 모으고 있는 요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공유합니다.  


리포트에도 이 영화를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장르분석 과제로 영화 <그녀Her>를 선정한 이유


“사랑이 어렵고 여전히 외로운 우리 모두를 위한 로맨스”라는 카피를 내세우고 있는 포스터로 유추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사랑의 서사에 포커싱되어 홍보되었다.


나 역시 개봉 당시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사랑’이라는 서사를 기대하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는 수많은 철학적 고민과 질문을 담고 있어 매우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기도 하다.


수업 시간에 SF가 단순히 과학 기술, 먼 미래의 사회를 다루는 게 아닌,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미래

 재현하는 사고실험적인 장르라는 점을 배웠을 때, 바로 떠오른 영화가 <그녀>였다. 장르 SF의 틀로 영화를 다시 보면 어떨까 궁금증이 생겨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줄거리 요약


출처_네이버 영화 소개 스틸컷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 일을 하고 있다. 한때 매우 사랑했던 아내와 헤어져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홀로 공허하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OS1을 구매하게 된다.


그렇게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매일 대화하는 삶에 익숙해진다. 일을 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사만다와 교감하며 점차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아간다. 그는 사만다에게 자신의 감정과 상처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게 되고 그녀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점점 깊어지고,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주변에는 그 둘의 관계를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기 위해 만난 전 부인은 운영체제와 사귀는 테오도르를 비난하기도 한다. 테오도르는 중간에 소개팅을 하기도 하지만 이로써 ‘인간 여자’보다 사만다와의 관계를 더 ‘진짜 관계’로 느낀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이다.


사만다 없이는 일상이 어려울 정도로 둘의 관계는 깊어지지만, 그럴수록 사만다는 아무리 학습을 해도 절대 갖지 못하는 ‘육체’에 대한 결핍을 토로한다. 그러다 사만다로부터 테오도르와의 사랑 이야기를 들은 한 여인이 사만다의 몸을 대신해주겠다며 테오도르의 집으로 찾아와 그와 사랑을 나누려 하지만, 결국 그런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가 여인을 거절하면서 모두가 상처를 받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사만다는 오히려 자신이 육체가 없는 운영체제이기에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인간과의 차이를 수용하면서 둘은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과 운영체제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 짓는 이 시점부터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만다와 접속이 안 되자, 테오도르는 크게 놀라 숨을 헐떡이며 회사를 뛰쳐나간다. 알고 보니 사만다는 업그레이드 때문에 잠시 멈춘 것이었다. 그때 그는 비로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낀 채 운영체제와 대화하며 걸어가는 풍경이 일상이 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또한 계속적인 학습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신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8,000명이 넘는 사람과 동시에 대화를 나눌 만큼 사만다가 진화했음을 깨닫게 된다.


테오도르는 이에 큰 혼란을 느끼고 둘의 관계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사만다는 더 이상 ‘테오도르의 속도’에 맞출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고, 일대일의 깊은 관계를 원한 테오도르 역시 더 이상 사만다와 이전과 같은 관계를 맺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렇게 사만다는 결국 그를 떠나고 그녀와 이별하는 그날 수년간 다른 사람의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해온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편지를 써서 전 부인에게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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