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 중순, 쌀쌀해진 바람이 코 끝을 스쳐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왔음이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추운 건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 어느 계절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사랑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날들을 사랑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대전인지 대구인지 아직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딘가 낯선 도시의 밤길을 걷고 있었다. 한 7살쯤 되었을까, 할아버지가 거래하던 철물점쯤 되었을 것이다. 거래처 사장과 몇 분 가량 떠들썩한 대화를 나누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가게 매장 앞에 있던 크리스마스트리가 환하게 보였다. 작지만 환한 전구를 가득 달고 캐럴 노래도 흘러나오던 크리스마스트리. 한참 빠져서 구경 중이었는 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그 전구를 달라고 했다. 밀린 돈이 많았는지 할아버지가 무서웠는지 싹싹한 사장님은 바로 전구를 찾아 검은 봉지에 넣어 주었다.
나는 어쩌면 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자식들에게는 그리도 엄했던 호랑이 할아버지가 7살 손녀를 위해 반짝이는 전구를 사주셨다. 집에 있는 트리에 달아준다고 사준 그 전구는 오래도록 내 앞에서 반짝거렸다.
넋을 놓고 트리를 구경하던 내가 귀여웠을까?
이 멀리 할아버지 출장을 따라온 손녀가 기특해서였을까, 집에 돌아와 폴짝폴짝 뛰던 손녀를 보며 할아버지도 잠깐 천국을 맛보셨겠지?
그래서 크리스마스트리, 반짝이는 전구, 캐럴송만 들으면 자동 반사적으로 나는 행복해진다.
그게 내게 남긴 사랑의 감정들,
그 감정들은 오래도록 내게 남아 나를 행복하게 한다.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몽글하고 기분 좋은 추억
힘들었던 할아버지의 인생에 나라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반짝반짝하는 그 무언가였다.
이제는 하늘의 작은 별이 되어 반짝반짝 나를 비춰주시는 당신, 보고 싶다.
나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