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북미시장 진출, 틱톡만이 답은 아니다
요즘 정말 K뷰티의 글로벌 기세가 심상치않다. 업계에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도 많지만 —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다보면, 항상 얘기하는게 바로 '틱톡 (Tiktok)' 이다. "K뷰티 북미진출 = 틱톡" 이 되어버린걸까? 틱톡이라는 플랫폼 하나로 글로벌 브랜드가 된 케이스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근데 정말로 이거 하나로 성장한게 맞는걸까?
K뷰티 시장의 미국진출 움직임은 내가 K뷰티 유통을 시작했던 2017년이 시작이었다. 그때 당시 뉴욕에서 온 '한국계 미국인' 이 이끄는 3개의 업체를 중심으로 — 미국시장에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때 눈에 띄었던 3개의 업체는 로레알출신, Shark Tank 에 출연했던 글로우레시피 (Glow Recipe)의 사라 리와 크리스틴 장, 피치 앤 릴리 (Peach & Lily) 의 엘리샤 윤, 소코글램 (Soko Glam) 의 샬롯 조 였다.그리고 그녀들은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어, 미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샬롯 조의 스킨케어 브랜드, Then I Met You 는 진짜 너무 써보고싶다. (못써봄...)
그렇게 K뷰티는 하나의 '트렌드' 가 되어 미국시장에서 꽤나 핫한 카테고리 였다. 그러다 '코로나' 가 터졌다. 그렇게 전세계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살면서 조금씩 그 거품은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사람들은 이제 K뷰티 미국시장은 지는 시장이라며, 미국 외 다양한 시장으로 수출전략을 세워야한다고 했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K뷰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 '인디 (Indie)' 브랜드라고 칭했던 중소기업의 브랜드들이 어느새 천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케이스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K뷰티는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장르' 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뷰티브랜드가 미국시장에서 '장기적' 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어떤 포인트를 고려해야 할까? 얼마전 '코스알엑스' 의 미국유통을 담당했던 모스트의 정다연대표의 인터뷰가 너무 공감이 되서, 내용을 좀 인용해봤다. 정다연 대표는 '5가지 포인트' 를 언급했다.
첫번째는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한 문장'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스토리 혹은 철학에 관심을 갖는 시장이 아니지만, 미국에선 이것 없이는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브랜드 스토리를 표현하는 한 문장의 태그라인이 가장 중요한 중심이자 출발점이라고 본다" (모스트 정다연 대표 인터뷰내용 발췌)
너무 공감이 되었다. 워낙 트렌드변화가 빠른 한국뷰티시장의 특성상 — 브랜드의 철학 또한 '트렌드' 화 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독점적 유통채널인 '올리브영' 이 강조하는 브랜드는, 광고비를 내세우는 제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품위주' 의 시장이기에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 (물론 이 안에서도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미국은 단단한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소비자들은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소비의 우선순위로 보는 시장이다.
두번째는 '뽀족한 타깃설정' 이다.
"10대를 공략할지, 구매력이 있는 30~40대 안티에이징 수요 고객을 타깃으로 할지 등 좀 더 '뾰족한' 타깃팅을 통해 주 고객층을 선정하고, 제품의 가격대를 달러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정해야 한다" (모스트 정다연 대표 인터뷰내용 발췌)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면서, 다양한 업계 담당자들 (VC, 바이어, 마케터 등) 이 하나같이 말한것은 불편할 정도로 뾰족하고, 좁게 타깃을 잡아야한다는 말이었다. 다만 시장을 고려해서 말이다. 미국은 특히나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고, 주 (State) 별로도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트렌드로 반짝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뾰족한 타깃을 설정해 — 브랜드 키워드와 메시지를 설정해야 한다.
세번째는 '시장 내 현지 경쟁브랜드를 파악하는 것' 이다.
"헤일리 비버가 이끄는 로드(rhode), 리한나의 펜티뷰티(Fenty Beauty) 등 각 가격대의 브랜들 중 팬덤이 존재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나의 경쟁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일지 '뾰족하게' 파악하고, 가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장기간 브랜드 플레이를 할 수 없다"
(모스트 정다연대표 인터뷰내용 발췌)
브랜드의 타깃층이 열광하는 현지 브랜드들과의 '경쟁' 을 염두해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모방하는 해외브랜드들이 생겨나듯 — 이제 K뷰티 브랜드들도 현지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그들을 전략적으로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네번째는 '유통채널의 확장' 이다.
"제품을 팔 수 있는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최근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인플루언서 스트레치'를 전개해야 한다. 한국 뷰티 브랜드들이 틱톡 인플루언서의 광고비를 다 올려놨다’는 말이 돌 정도로, 국내 브랜드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매우 적극적이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브랜드 확장은 실제로 매우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다만, 앞서 언급한 포인트들이 준비되지 않고선 장기적 브랜드가 될 수 없다." (모스트 정다연대표 인터뷰내용 발췌)
여기서 주목해야할 포인트는 미국시장 GTM 전략을 짜는 것에 있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은 매우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인게 맞지만 — 위에서 앞서 언급한 포인트들이 (내가 이전 글에서 언급한 "Pre-steps")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브랜드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틱톡' 하나로 성장한 브랜드라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 한쪽면만 바라본 것이라는 거다. 우리는 좀더 다양한 방면으로 브랜드를 바라봐야한다.
마지막은 '가격 컨트롤' 이다.
“브랜드가 아마존 등에 등록한 공급 업체에 도매로 물건을 넘기는 것으로 끝낸다면 그 업체들은 매입한 제품을 팔기 위해 큰 폭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 경우 '메이저 리테일'에 들어갈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모스트 정다연대표 인터뷰내용 발췌)
이 부분은 내가 리테일세일즈를 할때, 너무 많이 봤던 이야기 였다. 시장에서 가격이 낮게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주요 리테일 채널에 정가로 판매하려고 하는 경우 — 브랜드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지않고선 사실상 협상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입장에서 중간업자인 '유통사' 를 통해 사입으로 물건을 넘기고나서 '결제' 를 받는것으로 끝내는것이 아니라, 브랜드 '할인한도' 에 대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거다.
가격이 일정이상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조정하고, 그 이상의 할인이 필요시 브랜드에게 이 부분을 상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면, 2025년 미국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싶다면 — 너무 공감되는 글이라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